의무재송신 확대? “방통위, ‘불공정’ 중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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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지상파 모든 채널 의무재송신안 마련…지상파 ‘반발’

케이블 TV의 지상파 방송 콘텐츠 무상 동시 재송신에 대해 법원이 다시 한 번 ‘위법’을 확인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 하는 안을 마련해 논란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오후 열린 상임위원 전체회의에서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 TV 등 유료 방송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송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개선안을 공개했다.

재송신 제도개선안의 핵심 사안인 의무재송신 범위와 관련해 방통위는 두 개의 복수안을 마련했는데 제1안은 현행 방송법에 따라 KBS 1TV와 EBS에 한정돼 있는 의무재송신 채널을 지상파 모든 채널로 확대하는 것이다. 다만 KBS 1TV와 EBS는 현재처럼 무상으로 의무재송신하고, KBS 2TV, MBC, SBS, 지역민방에 대해선 저작권 대가 산정을 인정토록 했다.

제2안은 KBS 2TV의 상업광고가 전면 폐지될 때까지 현행대로 유지하는 안으로, 직권 조정 및 재정 제도를 도입해 분쟁 해결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KBS의 경우 향후 수신료가 인상돼 광고를 폐지되면 2TV도 대가 산정 없이 무상 의무 재송신 범위에 포함된다.

방통위는 재송신 대가 산정 기준 마련을 위해 ‘재송신 협의회’(가칭)와 ‘재송신실무협의회’(가칭)를 각각 구성해 운영할 방침이다. 방통위는 또 재송신 관련 분쟁해결 강화를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으로, 중대한 분쟁 발생 시 직권 조정할 수 있는 근거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의무재송신 범위 확대…지상파 동시중계방송권 인정한 법원 판결에 배치

하지만 지상파 방송 측과 언론 전문가들은 방통위의 제도개선안이 지상파 방송의 저작권을 인정한 법원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4부(부장 이기택)는 지난 20일 지상파 방송 3사가 CJ헬로비전, 씨앤앰, HCN서초방송, CNB한강방송 등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5개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정지 및 예방청구 항소심에서 1심 재판부와 마찬가지로 SO의 지상파 방송 동시 재송신 행위를 금지하라고 판결했다. 재송신 중단 시점과 대상은 지상파 3사의 청구에 따라 ‘판결문 송달일로부터 30일 후 신규 가입자’로 한정했다.

재판부는 SO들의 동시 재송신이 지상파 방송사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SO들은 지상파 방송 동시 재송신을 난시청 해소를 위한 수신 보조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판부는 “SO들이 방송 채널 사이에 홈쇼핑 채널을 배치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수신 보조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 측은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 전 채널을 의무재송신하는 안을 마련한 것은 지상파 방송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현행 방송법 제78조(재송신) 1항은 ‘종합유선방송사업자·위성방송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사업자는 한국방송공사 및 한국교육방송공사법에 의한 한국교육방송공사가 행하는 지상파 방송을 수신하여 그 방송 프로그램에 변경을 가하지 않고 그대로 동시에 재송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동법 제78조 3항에선 ‘1항의 규정에 의한 동시재송신의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85조(방송사업자는 그의 방송을 동시중계방송할 권리를 가진다)의 동시중계방송권에 관한 규정은 이를 적용하지 아니한다’고 적고 있다.

지상파 방송 정책팀의 한 관계자는 “지상파 방송의 동시중계방송권을 인정하니 (KBS 2TV와 MBC, SBS, 지역민방 의무재송신 시) 대가를 지불토록 하겠다는 건데, 그렇다고 KBS 1TV와 EBS를 의무재송신 해온 것과 성격이 다른 것은 아니지 않나”며 “결국 케이블TV의 재송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하게 법을 바꾸겠다는 취지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의무재송신 제도가 특정 플랫폼(케이블TV)의 재송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해야 하는 상황은 어떻게 봐도 이상하다”며 “방통위가 (케이블TV의 이해를 위해) 어떻게든 지상파 채널을 (케이블TV에) 꽂을 수 있도록 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가 의무재송신 제도 개선을 위해 방송법 개정 등에 나설 경우 (법안 심사와 처리의 권한이 있는) 국회에서 올바른 판단으로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케이블 TV 위해 법 바꾸자는 방통위, 당황스럽다” 

윤성옥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의무재송신 제도 자체가 케이블 방송 사업자에 대한 규제라는 점을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인기 있는 채널을 편성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데, 지상파 방송의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 하라고 규정하고, 대가까지 지불하라고 할 경우 이들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의무재송신을 할 경우 무료 재송신이 원칙에 맞다”며 “지금 방통위가 모든 지상파 채널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하는 안을 고려하는 것은,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갈등을 겪으니 서로 양보하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양새로, 규제 원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케이블 방송 등 유료방송에 대한 의무재송신 규정 자체가 시청자의 접근권 보장 차원에서 마련됐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윤 연구위원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 지상파 방송의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 채널로 지정하는 건 (공정한 시장 거래와 함께) 가격을 제한하는 것이 되는 만큼, 위헌 소송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사의 또 다른 관계자는 “케이블 TV 측이 난시청 해소 등에 기여를 했다며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대가 지불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통위가 지상파 모든 채널을 의무재송신 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난시청 해소를 위한 노력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통위가 변칙적으로 재송신 제도를 고치려 하기 보단, 디지털 전환에 따른 난시청 해소 노력과 이 경우에도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난시청 문제를 어떤 식의 계약을 통해 해결할 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상파 방송 3사는 지난 20일 CJ헬로비전에 대한 간접 강제 이행을 신청했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6월 2일 지상파 3사가 CJ헬로비전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등 침해중지 가처분 신청 2심에서 CJ헬로비전이 신규 가입자에게 지상파의 일부 디지털 프로그램을 재송신하지 말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CJ헬로비전은 지난 9일부터 디지털케이블TV 신규 가입자에 대해 지상파 방송 HD프로그램을 송출할 수 없게 됐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아 간접 강제 이행을 신청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지상파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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