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사회에 아이템까지 보고 해야 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정율성 다큐' 편성 보류에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

지난 14일 방송 예정이었던 <KBS스페셜-대륙에 떨친 항일 투쟁혼 음악가 정율성>편(이하 정율성 다큐)을 KBS가 방송을 연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편성을 연기한 이유가 ‘일부 KBS 이사들의 반발’이라는 점에서 내부에서 “이제 이사회에 아이템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KBS스페셜>은 광복절 특집으로 예정된 ‘정율성 다큐’ 대신 <기억의 재구성- 1945.8.15>이 전파를 탔다. 

편성 보류와 관련해 ‘정율성 다큐’를 연출한 박 건 PD는 “정율성 다큐는 정상적인 잘차를 밟아서 진행됐고 이례적으로 본부장과 김인규 사장에게까지 보고된 아이템”이라며 “일부 이사들의 반대로 편성이 보류됐다는 소식에 난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율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율성은 사회주의계열 활동가이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인물”이라며 “이미 타 방송사와 지역방송사에서 조명한 인물인데 최근 백선엽, 이승만 다큐 논란의 반작용으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번 결방 사태가 제작 자율성 침해의 '나쁜 사례'로 남게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박 PD는 “본부장과 사장까지 보고된 아이템을 이사회에서 흔든 경우는 없었다”며 “이번 방송이 연기되면서 동료 PD들 사이에서 ‘앞으로 이사회에 아이템도 보고해야 하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KBS 내부에서도 일부 이사의 반발로 편성이 보류된 점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KBS노동조합도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이사회 간담회장에서 나온 말로 인해 광복절 특집으로 기획된 정율성 편이 방송 보류되고 말았다”며 “제작 자율성 수호의 화신임을 자처했던 사측이 이사들의 지적을 두고 사실상 1년 전부터 기획해 온 프로그램을 갑작스럽게 방송 보류하는 게 온당한 처사이냐”라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한 관계자도 “이번 편성 보류는 이사회가 편성과 제작에 관여해 제작의 독립성을 훼손한 사례”라며 “사회적으로 반발이 거센 이승만 다큐는 강행 의지를 보이면서 정율성 다큐는 이사의 지적에 큰일인양 황급히 보류하는 사측의 행태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앞서 KBS는 이사회의 지적을 수용해 ‘정율성 다큐’ 방송을 연기한다고 밝혔다. 조인석 KBS 다큐멘터리 국장은 “이사들이 (광복절에 정율성을 조명한 다큐를 내보내는 것에 대해) 반발했고, 나름 일리가 있다고 판단해서 방송을 미루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들은 정율성이 한국전쟁에 북한군으로 참전한 점과 중국에서 혁명가로 활동했던 이력을 들어 방송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