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징계 화살은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것은 추악하다. 우리는 오늘 대한민국 언론의 비열한 현실을 새삼 확인했다. MBC 경영진이 재판에 이긴 MBC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이하 PD수첩) 제작진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것은 PD 사회를 넘어 언론인 전체에 대한 모독이다. 이것은 언론 역사에 굴종과 오욕의 증거로 기억될 것이다. 비상사태다.

지난 2일 대법원은 MBC <PD수첩>을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대법원은 ‘광우병 편’에 대한 정부 측 정정보도 요구와 명예훼손 소송 등과 관련해 일부 사안에 대한 정정보도 필요성만 인정하고 제작진의 무죄를 최종 선고했다. <PD수첩>이 방송된 지 3년 4개월만의 완승이었다. 정부정책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정치검찰을 동원한 정권의 언론탄압에 법원이 철퇴를 가한 것이다. PD들은 법원의 마지막 판결을 환영하고 존중했다.

그러나 MBC는 지난 20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했다. 그야말로 검찰이 못한 일을 MBC 경영진이 대신 한 것이다. 이것은 법의 정의와 언론자유의 존엄성을 뒤집는 몰상식이다. 눈 있는 자는 보고 귀 있는 자는 들을 것이다. 상을 줄 곳에 벌을 내리고 있다니! 언론사상 최악의 위기가 다시 도래하고 있다.

인구 증가나 지구 온난화와 같은 지구 환경 문제의 위기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위기 인식과 관련해 ‘정원사의 수수께끼’를 곧잘 인용한다. 정원사가 어느 날 아침 정원의 연못을 바라보니, 수면 위에 수련 잎 하나가 떠 있었다. 다음날 수련 잎은 두 개로, 그 다음날에는 네 개로, 이렇게 매일 전날보다 두 배로 계속 불어난다. 이렇게 해서 100일째 되는 날 연못은 수련 잎으로 꽉 찬다. 수련 잎이 연못의 반을 채우는 것은 며칠 째일까? 답은 ‘99일째’이다. 또 어느 날 수련 잎이 증가하는 것을 알게 된 정원사가 이에 대비해 연못을 두 배로 넓히는 공사를 한다. 이렇게 넓힌 연못이 수련 잎으로 다 차는 것은 며칠 째일까? 답은 ‘101일째’이다.

MBC가 <PD수첩> 제작진에 대해 중징계를 결정한 날(2011년9월20일)은 언론의 위기가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되묻고 있다. 위기를 인식해야 한다. 방송을 사유화하려는 권력의 집요함을 똑똑히 직시해야한다. 상식을 가로채 권력에 굴복하는 저들의 파렴치함을 기억해야한다. 시간은 이제 더 이상 우리들의 편이 아니다. 침묵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정권의 시녀들과 환관들이 우리들의 분노를 재촉하고 있다.
경고한다. 이제 그만 ‘PD죽이기’를 걷어 치워라.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부당한 징계를 당장 철회하라! 징계의 화살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오늘 우리는 언론자유의 신성한 깃발을 높이 올린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