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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신재민 문광부 전 차관이 한 기업인에게 10억을 받았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사실 여부야 법적 판단을 통해 최종적으로 가려지겠지만 기사로 보도 된 여러 정황에 비춰볼 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으로 추측된다. 신재민 차관 뒤에 더 많은 실세가 금품 수수를 했는지의 여부 등 사건은 일파만파 번져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고민에 빠지게 되는 건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부분이다.

신재민 전 차관은 언론인 출신이다. 〈주간조선〉 편집장을 거쳐 〈조선일보〉 부국장을 역임한 베테랑 기자였다. 우장균 기자협회장의 인터뷰에 따르면 그가 “정치부 기자 시절부터 자신이 알고 있는 정·관계 인사들에게 스폰서를 위해 로비를 하거나 우호적인 기사를 썼을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2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상도입니다〉) 쉽게 말해 정치권에 발을 딛기 한참 전인 기자시절부터 돈을 받고 기사를 썼다는 것이다.

우장균 기자협회장은 "신재민, 김두우, 홍상표씨 모두 유력 언론사의 정치부장이나 보도국장 등을 역임했던 사람들이다. 모두 기자 출신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며 "미꾸라지 몇 마리가 언론계 전체를 어지럽힌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현 정권 들어 많은 언론인들이 정치인으로 변신하여 참여했고 그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언론인 출신이라고 정치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언론의 취재 관행 등으로 미루어 볼 때 취재원과의 유착관계를 통한 비리 연루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일부 언론사의 경우 스스로 하나의 권력이 되어 있는데다, 그 권력을 이용하여 기사를 사고파는 일종의 ‘영업’ 행위를 하는 것 역시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인을 하다 정치인으로 물타기를 하는 것은 사실상 ‘언론’ 로비스트에서 ‘정치’ 로비스트로 출입처(?)를 바꾸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요점은 간단하다. 언론인 출신은 언론인을 그만둔 지 최소 5년 이상의 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국회의원이든 정무직 공무원이든 할 수 없도록 규제해야 한다. 언론이 정치를 하는 ‘발판’이 될 싹 자체를 완전히 자르려면 아예 정치를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최소 5년이라도 막아야 한다. 이를 ‘법’으로 명확하게 규정해서 애초에 그러한 생각 자체를 못 하게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어떠한 이유로든 이를 어기면 처벌은 물론 다시는 언론계에 발을 못 디디게 해야 한다.

그리고 돈을 받고 기사를 쓰거나 기사를 가지고 영업을 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수준의 법적 제제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이 정도로 오래 썩었으면 이제 언론의 자유 운운하면서 침묵의 카르텔 속에서 모른 척 하고 있어선 안 된다. 영업행위를 하지 않아도 최소한의 운영이 가능하도록 신문발전기금 등을 마련하여 정당하고 떳떳하게, 그리고 국민의 감시가 가능하게 지원을 받는 방법도 마련해야 한다.  

▲ 김진혁 EBS PD

언론은 이미 권력이다. 권력이 주어진 이유 중 하나는 정치권력에 대한 감시다. 그런데 정치권력을 감시하기는커녕 오히려 자연스럽게 옮겨간다? 이는 마치 검사가 조폭을 수사하다가 스스로 조폭이 되는 것처럼 그야말로 있을 수 없는 엽기적인 일이다. 이처럼 엽기적인 일에 대해 혀만 끌끌 차고 마는 현실이 바로, 대한민국 언론의 진짜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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