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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다큐, 반응과 평가]

‘이승만 미화 우려’는 기우가 아니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 방송이 나간 이후 각계에서 “KBS가 무리수를 두면서 방송을 강행한 의도는 더욱 뚜렷해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판받던 독재자 이승만을 ‘건국 대통령’으로 강조한 방송이 나가자 <초대대통령 이승만> 기획 자체에 대한 비판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역사적 평가가 완료된 이승만을 이 시기에 다시 조명한 데는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수정’ 문제를 비롯해 뉴라이트계열의 역사왜곡 움직임과 맞물려 ‘이승만 다큐’가 기획됐다는 지적이다.

원로 역사학자인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승만을 미화할 게 너무 뻔해 방송을 안봤다”고 했다. 그는 “이승만은 이미 4?19를 통해 평가를 받았던 인물로 역사적 재평가가 필요 없다”며 “이승만을 제대로 논하기 위해서는 위임통치론과 임정분열에 대한책임 등을 다뤄야 하는 현재 KBS 상황에서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대통령 이승만>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한 역사학자는 “논란이 있는 프로그램인데도 구체적인 기획 의도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고 거절 이유를 밝혔다. 

그는 “주로 역사 다큐멘터리는 방향을 염두에 두기 때문에 제작진들과 의도를 공유하기도 한다”며 “그런데 이번에는 어떤 의도인지, 누가 취재에 응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아 맨트가 어떻게 활용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역사학계에서 이승만에 대한 시각은 대다수 부정적이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정진아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교수는 “‘건국 60주년’ 논쟁을 비롯해 현 정권에서 우파세력의 공세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운운하면서 비판적인 목소리에는 바로 색깔공세를 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시점에 굳이 이승만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를 강행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치적 의도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며 “내년 정치 일정을 염두에 둔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라고 밝혔다.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기획단계부터 문제를 제기했던 KBS 내부 분위기도 비슷하다.지난 2008년 <한국사전- 이승만>을 연출한 정현모 PD는 “잘못된 기획의도가 부른 결과”라고 말했다.

당시 정현모 PD가 연출한 <한국사전-이승만>은 정부수립 60주년에 맞춰 2부작으로 방송했다. 정 PD는 “제작진이 형식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애를 쓴 흔적이 보였지만 기획의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초 이 프로그램은 이승만의 진실을 알아보자는 게 아니었다”며 “훌륭한 초대대통령의 고난의 발자취를 따라 가보자는 취지가 방송을 보는 내내 불편했다”고 말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4일 발표한 성명에서 <초대대통령 이승만>을 “김인규 사장의 잘못된 역사관, 강제된 기획의도가 부른 실패작”이자 “KBS 역사다큐멘터리의 대단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이런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긴 점은 두고두고 오명이 될 것”이라며 “이미 부정적으로 평가가 끝난 역사적 인물을 공영방송 KBS를 통해 부활시키려 했다는 점은 ‘과연 KBS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뼈아픈 질문을 한국 사회에 던졌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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