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역언론 실종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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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역언론 실종 신고
  • 김대환 지역방송노조협의회 의장
  • 승인 2011.10.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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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지역방송노조협의회 의장

야비하고 무능한 정치꾼, 그 주위를 맴도는 하이에나 같은 사이비 언론, 약자를 밟아 뱃속을 채우는 재벌권력. 이들에게 지역과 서민은 원래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를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로 바꿔도 무방할 정도다. 이러한 서울 쏠림 현상의 주범은 언론이다.

전체 국민의 20% 밖에 되지 않는 서울지역의 시장 선거를 연일 헤드라인으로 다룬다. 거대언론이 지역을 서울의 식민지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의 역할은 우리 지역의 학교급식 조례제정과 물가 동향, 지하철 건설 계획, 전세보증금 추이, 범죄 발생 빈도, 버스요금 인상, 복지시설 건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역 뉴스야말로 언론이 주민들에게 알려주고, 또 언론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작은 언론’이 필요한 이유다.

그럼에도 공공재인 지상파를 사용하는 지역방송의 공적 책임은 크다. 공정한 언론보도와 필요한 정보 전달을 통해 지역민들의 관심과 이해를 대변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다만 지역방송이 그 역할에 충실했는지 반성하고 성찰해야 함이 마땅하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마저 없다. 지역언론이 모두 고사 위기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지역방송이 위기에 몰려있는 이유는 방송광고판매제도(미디어렙) 문제 때문이다.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코바코 독점 위헌판결로, 국회는 방송광고 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를 받게 됐다. 이 법의 입법과정에서 경쟁상황에 취약한 지역방송 등 ‘작은 언론’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국회, 특히 한나라당은 조?중?동?매 종합편성 채널의 뒤를 봐주느라 입법 자체를 3년 동안이나 고의적으로 지연시키고 있다. 법안 처리가 미뤄지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경쟁에 취약한 지역방송에게 돌아가고 있다.

민주당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공영 다(多)민영’을 통한 ‘1사 1렙’ 추진(지역은 배제된 서울 대형 방송사 논리 부합), SBS 미디어홀딩스와 같은 지주회사의 미디어렙 소유 허용 등 오락가락 행보로 언론계 안팎의 신뢰를 잃었다. 지역방송을 위기에서 구하기는커녕 더 깊은 수렁에 빠뜨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형 지상파 방송사들의 움직임도 각각의 네트워크 지역방송사에 대한 배려는 없다. SBS 미디어홀딩스는 SBS조합원 87%의 부적절 의견과 지역민방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영업을 공식화 했으며, 네트워크사인 지역민방과는 일절 협의 없이 독선으로 일관하고 있다. 서울 MBC 역시 조중동과 SBS 미디어홀딩스의 행보를 주시하며 자사렙 설립을 통한 직접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KBS도 수신료 인상으로 수익 안정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국언론노조와 지역방송, 종교방송, 언론시민단체들이 요구하는 미디어렙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또한 메이저 언론사들의 이기 속에서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의 생존을 위한 완벽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지역방송이 추진하고 있는 ‘중소방송 지원법’의 논의를 통한 조속한 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 김대환 지역방송노조협의회 의장
언론의 다양성은 이념이나 정파, 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간의 균형도 반영해야 한다. 서울 일색의 언론은 지역을 식민지처럼 황폐화시켜 왔고 앞으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서울은 쓸데없는 우월감으로, 지역은 필요 없는 자괴감으로 물들 것이다. 이제 ‘지역언론 실종 신고’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공개수사를 해서라도 다시 찾아야 한다. 서울공화국 체제가 심화되느냐, 모든 지역이 골고루 잘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어쩌면 우리는 불평등과 불균형으로 점철된 대한민국에서 희망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실종된, 우리의 소중한 지역언론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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