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프로그램 금지령, CCTV는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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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프로그램 금지령, CCTV는 예외?
[글로벌] 북경= 신혜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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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1.10.1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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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루몽>
북경= 신혜선 통신원/ 북경연합대학 문화관광학부 교수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중국에서 열렸던 중국공산당 제17기 6차 전체회의(6중 전회) 공식의제는 ‘문화체제 개혁을 심화하고 사회주의 문화 대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중대 문제에 대한 결의’였다. 6중 전회는 중국공산당이 개최하는 3대 정치행사이다. 그런 중요한 자리의 공식의제가 문화개혁이다 보니 향후 중국문화계 전반이 매우 바쁘게 움직일 전망이다.

물론 여기서 ‘문화’라는 표현은 ‘문화대혁명’이 그렇듯이 다분히 정치적 성향이 강한 포괄적 의미지만, 지엽적 의미의 문화 또한 내포하고 있다. 특히 표면으로 소프트 파워 육성을 내세우면서 이면으로 방송, 공연, 출판 등 문화 전반에서 상업적이고 자극적인 내용 규제를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실 이를 유추할 수 있는 조치들은 앞서부터 있어 왔다. 실례로 한국드라마 <대장금>(大长金)을 방영했던 위성채널인 후난(湖南) TV 는 내년 한 해 어떠한 선발 프로그램도 방영하지 못한다. 후난TV는 2005년 <차오지뉘성>(超级女聲)이라는 전대미문의 여자가수 선발프로그램을 히트시킨 이래 최근 한국의 <슈퍼스타K>와 같은 형식의 <슈퍼걸>(快樂女聲)까지, 4억 명의 시청자를 보유할 정도의 오락프로그램의 대표주자이다.

▲ 중국 광전총국은 지난 7월 오락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방침을 전 방송국에 하달했다. 이어 지난 8월 열린 전국방송영상국장 회의에선 드라마에 대해서도 중국 4대 명저인 수호전, 삼국지, 홍루몽(사진), 서유기를 제외하곤 방영횟수 30회를 넘기지 못하도록 했다. 
그런데 내년 한 해 어떠한 선발프로그램도 방영하지 못하는 것은 광고수입에 엄청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표면적 이유는 후난TV가 광전총국이 시달한 방침을 어겼다는 거지만 이번 문화개혁과 연관하여 유추해보면 지나친 오락 프로그램의 과열, 대만 홍콩 연예인 안방 점령에 대한 제재 등의 시범 케이스인 셈이다.  

광전총국(廣電總局)은 지난 7월 오락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방침(限娛令)을 전 방송국에 하달한 바 있다. 내용에 따르면 7월 이후 모든 방송국은 오후 5시부터 10시 골든타임에 방영되는 오락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3개를 넘지 못한다.

이어 지난 8월9~10일 이틀에 걸쳐 시안(西安)에서 있는 ‘전국방송영상국장(全國廣播影視局長)회의’에서는 오락프로그램 제한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침을 내 놓았다. 몇 가지 내용을 보면 △각 성급위성방송국의 선발 프로그램은 매년 한 개만 만들 수 있다 △한 선발 프로그램의 방영기간은 두 달을 넘지 못한다 △방영횟수는 10회를 넘지 못 한다 △골든타임에 방영한다면 한번에 90분을 넘으면 안 된다 등이다.

이와 함께 모든 드라마에 대해서도 30부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단, 4대 명저 <수호전>, <삼국지>, <홍루몽>, <서유기>와 이들 리메이크판은 제외시켰다. 또 홍콩, 대만 연예인이 출연에 대해 엄격하게 심사하고 결정할 것이라는 규정도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에 대한 파급력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말 전광미디어(電廣傳媒) 등 대형 미디어회사들의 주식이 급격히 떨어졌으며 후난TV에서 활동했던 진행자는 물론 PD 등 스탭이 다른 방송국으로 대거 이탈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방송계에 일대 이합집산이 일어난 셈이다.

예를 들어 후난TV의 대표 오락프로그램 <쾌락대본영>(快樂大本营)의 PD와 제작진은 산동위성(山东衛星)으로 옮겨 <노래이야기>(歌聲傳奇)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 <8090> PD와 제작진은 귀주위성(貴州衛星)으로 옮겨 <완벽한 아름다움>(非常完美)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제작진 뿐 아니라 사회자, 게스트까지 이전 <8090> 출신이다.  

▲ 북경= 신혜선 통신원/ 북경연합대학 문화관광학부 교수
이런 가운데 후난TV는 지난 9월 9일 <늘 앞으로>(天天向上)라는 오락프로그램을 방영하면서 주요 진행자 중 한 사람인 대만출신 연예인이 나오는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했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오락프로그램 제한 방침이 뭔지를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런가하면 비슷한 시기인 9월 11일 CCTV가 방영한 <추석전야제>에는 약 40여명의 초호화 스타가 출연했는데 이중 3분의 1일 홍콩, 대만 출신이어서 바로 이틀 전에 후난TV가 모자이크처리 하면서까지 홍콩대만 연예인 금지조항을 엄수한 것과 비교되어 형평에 어긋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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