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시장 후보 검증, 백 투 더 퓨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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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류미디어라 일컬어지는 곳,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소셜미디어 걱정을 많이 해준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되고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주장이 판을 친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소셜미디어 길들이기’가 한창이다. 검찰은 이에 화답하듯 선거법을 엄격히 적용해 소셜미디어를 감시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래, 지적할 만하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분명히 유통되고 있고, 편파적이고 일방적인 주장 역시 쉽게 볼 수 있다. 우려할 부분이 없지 않다. 아니 충분히 많다. 간혹 잘못된 정보가 발 없이 천리를 가는 모습을 보면 ‘집단 지성’이 아니라 ‘집단 무의식’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건이 생기면 사실과 진실을 구하기보다, ‘우리 편은 이걸 어떻게 생각하나’ 하면서 패싸움 거리만 찾는 이가 없지 않다. 아니 제법 많다.

그럴 때 주류미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정보의 난장에 지친 사람들이 검증된 객관적인 정보를 주는 곳에 귀의할 때 손을 내밀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사실이고 진실이고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미디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를 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정제된 정보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 관련 보도를 보자. 언론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탐험대 같다. 한국 언론 특유의 ‘선거 연좌제’가 이번에도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13세의 박원순 후보, 그리고 그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동생, 그러니까 작은 할아버지의 징용까지 이야기는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당숙의 죽음과 그 뒤에 이어진 양손 입적을 파고들어 6개월 방위의 부당함을 설파한다.

▲ 한국 언론 특유의 ‘선거 연좌제’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도 여지없이 적용되었다. 사진은 <조선일보> 10월 12일 5면 기사.

어쩌면 이번 보궐선거의 결정적 승부처는 40여 년 전 박원순 후보의 아버지가 그를 양손입적 시키던 그 순간일 지도 모르겠다. 아버지 손을 잡고 대가 끊긴 작은할아버지 댁으로 호적을 옮기던 그 순간 박원순은 서울시장으로부터 멀어졌다. 심지어 뉴미디어의 대세라 일컬어지는 ‘나는 꼼수다’에서도 한참 동안 호적을 파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박원순 후보는 네거티브 공세라고 하고 나경원 후보 측은 ‘검증’이라고 하는 역사 뒤지기는 박원순의 일생을 걸쳐 벌어졌다. 박원순 후보의 서울대 사회과학계열 입학 전력도 문제 삼았다. 하버드대 객원 연구원 경력이나 스탠포드 초빙교수 경력 등도 문제 삼아 박 후보 측이 하나하나 반박했다. 심지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안형환․강용석 의원을 고소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나경원 후보 측도 역공에 시달렸다. 여기서도 주된 대상은 그녀의 아버지다.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이던 그가 학교 운영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것이 주된 공격 대상이었다. 여기에 정봉주 전 의원이 나 후보가 사학재단 감사에서 아버지 학교 재단을 빼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폭로를 하면서 역사 들추기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물론 이것 또한 분명 선거의 일부다. 오심도 축구의 일부고, 오해도 이해의 일부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지만 진흙 속의 연꽃처럼 그 꽃이 뿌리내린 터전은 황폐하다. 그렇게 진흙탕 싸움이 진행되는 동안 이놈이 그놈이 되고 그놈이 이놈이 되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멀어진다. 그 잘나고 훈련된 주류미디어 기자와 PD들이 만들어놓은 판이 이렇다.

온고지신도 좋고 법고창신도 좋다. 그런데 언제 현재로 돌아올 것이란 말인가? 선거가 코앞인데. 이런 속도라면 선거일까지 두 후보의 과거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들이 현재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들어보지도 못하고 재단 이사장 부자 아버지와 양손 입적한 가난한 아버지의 기억만을 가진 채 유권자들은 투표장에 들어설 것이다.

나경원이 그리는 서울과 박원순이 말하는 서울의 미래가 무엇인지, 이것은 투표가 끝난 뒤부터 파악하라는 것인가? 여기에 경마식 여론조사 보도까지 곁들여진다. 결국 주류미디어가 말하는 것을 해석하면,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후보를 역전했다는 것은 둘의 인생의 어느 시점쯤에서 역전되었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된다. 시점이 현재와 더 가까워지면 또 역전이 될 수 있다. 이런 선거가 어디 있나?

실패하는 리더는 넘어지면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그리고 넘어진 핑계를 찾는다고 한다. 반면 성공하는 리더는 넘어져도 앞을 바라본다고 한다. 그리고 목표를 다시 되새긴다고 한다. 서울시장이라는 리더를 뽑으며 우리는 왜 계속 뒤만 바라보고 있는 것인가? 실패한 서울의 핑계를 찾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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