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지금 미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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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지금 미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 김종우 MBC 시사교양 PD
  • 승인 2011.10.1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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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MBC 시사교양 PD

고백하자면 미국에서 촬영이 있을 때 웬만하면 마지막 날 한두 시간 정도는 아울렛에 들렀다. 캐빈클라인나 타미힐피거, 혹은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않은 아베크롬비 같은 브랜드의 옷들을 싼값에 사는 맛이 쏠쏠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천국 같은 쇼핑몰이 많지만 그때 본 한적한 교외의 쇼핑몰들은 얼마나 쾌적하고 즐겁던지.

아울렛을 포함해서 나는 미국적인 많은 것들이 좋다. 말과 글도 마찬가지인데 유럽의 지식인이 쓴 책은 이상하게 껄끄러울 때가 많다. 글 쓴 사람이 나보다 우월한 사람, 귀족적인 사람, 그러니까 돈 걱정 없는 사람으로 느껴져서 싫다. 미국인들의 글에는 하루 종일 일하고 몇 푼의 품삯을 받는 사람, 언젠가는 대박을 터뜨려 이층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런 게 좋다.

미국인들은 일찍이 평등에 대한 실험을 실현한 사람들이다. 누구든 열심히 일하면 가질 수 있는 물질적인 행복. 그걸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부르든 자유민주주의라고 부르든, 가난한 사람에게는 평등으로 들린다.
그런데 지금 미국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방송사에 들어오고 싶어서 취업 재수까지 하던 십년 전 9·11 테러가 일어났다. 그때 〈미국 10부작〉이라는, 지금의 방송사에서는 참 어이없을 만한 기획도 있었다. 지금은 PD도 시청자도 아무도 어떤 것에 대해서도 진지해져서는 안 되니까. 진지하다는 건 거의 회사 그만두고 싶다는 얘기가 되어버렸으니까…. 하여튼 그 이후 10년이 지나고 지금 미국에서 또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건 어떤 걸까? 그 실체가 못 견디게 보고 싶다. 그러나 그건 손에 쉽게 잡히지 않는 것일 것 같다. 시위가 재미있는 그림이 되나 안 되나 정도의 판단으로는 잡을 수 없다. 아주 담대하게, 넓게 판다면 보이는 어떤 것일 것 같다. 월스트리트, 뉴욕, 뉴올리언즈에서 태풍 카트리나와 이후 민영화된 도시를 거쳐서 한국계 교육감의 살벌한 교육개혁과 해직교사들, 현대차의 투자에 목마른 디트로이트, 마이클 무어의 고향을 지나 60년대의 기억을 더듬어 샌프란시스코로, 청년들, 직장인들, 노인들을 만나고 말들을 담아 온다면?  

▲ 김종우 MBC 시사교양 PD
예를 들자면 〈돌아온 미국 10부작〉 정도로, PD들은 방송 끝나고 어디 드라마 세트 관리직에 단체로 가서 여생을 마감하는 조건으로…. 우리가 ‘이 나라에 내 월급은 없다’고 말하는 미국의 젊은이에 대해, 의료보험과 복지를 원한다며 자리 깔고 농성하는 미국의 중년에 대해 알 수 있을까? 그게 방송할 만한 가치가 있을 만큼 중요한 거냐고? 그건 그들이 가장 마지막에 남겨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20세기에 가장 성공한 기업에서, 주주가 사라져버린 사무실과 공장에서, 월급이 오지 않는 가정에 남겨진 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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