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내곡동 게이트와 ‘나꼼수’ 그리고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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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퇴임 후에 살 거처를 내곡동에 마련하려다 큰 사고를 쳤다. 불법과 편법의 혐의가 짙은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벌어졌다. 급기야 ‘내곡동 게이트’란 말까지 나왔다. 집터 매입이라는 사적 행위를 공적 행위와 혼동해 공적 기관과 자금을 총동원했다는 점이 워터게이트 사건을 빼닮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재선에서 이기려는 개인적 욕심을 위해 공적인 조직과 자금을 이용해 ‘도청’이라는 불법을 자행한 워터게이트 사건. 결국 닉슨은 ‘사기꾼 대통령’이란 오명을 안고 임기 도중 사임한 최초의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았다. 이른바 ‘내곡동 게이트’는 어떠한가? 정치적 논란이 어떤 식으로 결론지어지든 이 사건이 이명박 대통령의 역사에 반드시 기록될 것 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내곡동 게이트’는 또한 한국 방송의 역사, 언론의 역사에도 ‘기념비적(?) 사건’이다. 이 사건이 불거지고 보도되는 과정은 ‘치욕의 역사’로 방송사와 언론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이 사건은 ‘나는 꼼수다’를 통해 확인됐다. 주진우 <시사 IN> 기자가 자신의 특종 사실을 ‘나는 꼼수다’를 통해 지난 8일 먼저 알렸고, 이 내용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됐다.

네 사람의 패널이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자유롭게 떠든 것을 녹음한 후 애플 아이튠즈의 팟캐스팅을 통해 전파하는 이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의 인기와 영향력은 오늘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내곡동 게이트’의 보도 과정에서 수 십명의 청와대 출입 기자들 둔 KBS, MBC, SBS 방송 3사와 주요 신문사들은 시쳇말로 완전히 물 먹었다. 주류 언론의 시각에선 ‘방송’이라 부르기도, ‘언론’이라 부르기도 뭣한 희한한 이 매체가 ‘역사적 특종’을 하는 순간 주류 언론사들은 ‘희대의 낙종’을 했다. 그리고 그 낙종은 ‘외눈박이 물고기’가 되어버린 방송사와 신문사들 스스로 자초한(어쩌면 선택한) 것이었다.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가 된 이후에도 방송 3사의 메인 뉴스는 청와대의 해명과 발표를 앵무새처럼 전했다. 방송 3사 뉴스가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으며 비판 칼날을 스스로 거두고 권력의 판단에 따라 논조가 달라지고 나아가 청와대의 해명창구로 전락했다는 등의 비판들이 쏟아졌다.

‘나는 꼼수다’는 직업조차 변변치 않은 3명의 논객과 1명의 주간지 기자가 만드는 미디어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를 포함해 그 어느 언론사에서도 말하지 않는 것들, 알지만 보도하지 않는 것을 ‘쫄지 않고’ 말하고 있다. “마포 골방에서 녹음한 해적 방송이 거대 방송사의 방송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제작진의 목표는 이미 완전히 달성됐다. ‘나는 꼼수다’의 한 출연자가 추임새처럼 던져 이제 유행어가 된 한 마디가 유달리 아픈 오늘이다. “부끄럽고요. 자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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