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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역사

오동선 연말 대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두 세 사람만 모여도 대선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표출되는 모습을 보면 바야흐로 정치와 선거의 계절이 가까웠음을 알 수 있다.평소 대화소재의 빈곤을 느끼던 사람도 요즘엔 당당히 대화에 한몫 할 수 있다. 그만큼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아직도 선거와 정치와 우리 국민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애증관계인가 보다.세간 이야기의 핵심은 단연 누가 차기에 최고의 권좌(?)에 오르는가이다. 그래서 중간 여론조사결과가 언론에 보도될 때마다 대통령 후보나 그 측근 못지 않게 민초들도 비상한 관심을 보인다.벌써 각 후보들의 순위가 몇 차례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했는데 관람(?)을 하는 유권자 입장에선 더욱 흥미진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열기가 뜨겁다는 것 자체는 별로 새로운 것이 못된다. 사실 지금까지 대통령선거에 관한 한 우리 국민들은 높은 관심을 보여왔으니까. 그것을 후진국의 일반적 경향이라고 하기엔 우리 국민들의 맺힌 한이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지도자가 혹은 지금의 대통령이 나의 맺힌 한을 풀어 주리라는 기대심리가 너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대통령은 곧 나라님이고 하늘의 뜻이었으니까.그러나 요즘 들어서 선거 관심은 여전하지만 그 속내를 보면 전에 비해 많이 변한 것 같다. 요즘 정치권 일각에서, 그리고 아마도 유권자들로부터도 꽤 큰 호응을 받고 있는 세대교체론만 해도 유교문화권에 속한 우리에겐 큰 변화가 아닌가 싶다. 좀 심한 표현이긴 하지만 “저 노인네들 또 나왔네, 저 욕심하고, 이번엔 차라리 젊은 후보를 밀어줘야지…”아마도 젊은 후보를 찍어주자는 심리는 변화에 대한 유권자들의 엄청난 바람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무엇이 유권자들로 하여금 기존 정치권에 대해 식상감을 갖게 했을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한 배경설명이 쉽지 않은 것 같다. 미국이나 유럽이 그러니까 우리도 젊은 대통령을 뽑는다?무언가 유행을 좇는 듯한 인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관람객의 입장에서 늘 비슷한 시나리오에 똑같은 주연배우를 대하는 게 식상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40년 동안 집권세력이 한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한다면 할말은 없다. 또 하나 이번 선거에서의 변화는 돈 안 드는 선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TV토론이라는 것이 몇 차례 시행됐는데 벌써부터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잔뜩 기대를 걸었던 유권자 입장에선 마치 기자회견처럼 되어버린 TV토론 방식에 우롱당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싶다. 벌써부터 줄서기를 하려는 듯한 패널리스트들의 질문 태도를 보면서 우리 언론의 현 주소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그러나 어쨌든 TV토론이 과거에 비해 우리 정치가 진일보했음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인데 라디오에 종사하는 본인으로서는 왜 TV토론 이야기만 나오고 라디오토론을 제대로 거론되지 않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라디오야말로 토론매체 아닌가?한 마디 더 하고 싶은 것은 TV토론이 됐건 라디오토론이 됐건 현행 방송구조 속에서 언론사가 모든 것을 주관하는 토론방식이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언제 어떻게 바뀌고 중단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모든 예산과 인사권을 정부가 쥐고 있는 현행 방송구조 아닌가?문제는 많지만 전에 비해 큰 변화를 맞고 있는 시점이다. 고질적인 지역감정 부추기기, 병역문제, 오익제씨 문제도 전혀 새로울 게 없는 선거철 단골메뉴들이고 이에 따라 언론의 들끓기도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누군가 그랬다. 역사는 도도한 탁류의 흐름이라고. 비록 깨끗하지 못한 구정물 같지만 그래도 역사는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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