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자유를 내팽개친 ‘벙어리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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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임 시장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시장을 뽑는 날이다. 여당과 시민사회 대표로 각각 나선 두 후보 개인과 선거전을 향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구(舊)매체의 열기는 그 어느때보다 뜨거웠다. 대선, 총선도 아닌 지자체 보궐선거에 왜 이런 관심이 집중된 것일까?

다양한 관점에서 현 상황을 볼 수 있겠지만 가장 유력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이번 선거는 내년 대선을 예비해 안철수, 박근혜가 상징하는 신-구세력의 전초전 성격을 띄기 때문이다. 몇 년째 차기 대통령감으로 여론조사 선두를 달려온 박근혜 대세론. 뚫릴  것 같지 않던 그 철옹성은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재벌체제 중심 극한적 부의 집중을 비판하고, 나눔과 수평의 리더십으로 젊은 세대와 얼굴을 맞대고 소통하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경쟁 규칙을 벤처기업 경영에 체험적으로 실현하며 살아온 안철수의 등장은 한국사회의 정치지형도를 하루 아침에 바꿔버렸다.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정치, 분배 정의, 균등한 기회를 요구하는 사회적 열망은 ‘안철수’라는 분화구를 찾아 무서울 정도로 용솟음쳤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구매체는 이러한 현상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다른 나라 일처럼 여기며 의아해했다. ‘청춘콘서트’와 SNS를 통해 안철수와 그의 멘토 그룹이 전국의 젊은이와 소통하고 있을 때 구매체는 변화하는 사회 흐름을 애써 외면하고, 변화에 대한 욕구를 시효가 다한 극우보수의 틀로 재단해버렸다.

KBS, MBC를 포함한 구매체는 그들 스스로 언론의 자유(Freedom)를 팽개치고, 권력에 대한 비판과 감시를 포기한 채 자기 주장도 못하는 벙어리(Freedumb)로 전락해버렸다. 10월초 범야권 단일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기존야당 후보를 물리치고 시민후보를 당선시킨 힘은 어떤 위계적 조직의 개입 없이 스스로 생성, 연계해서 위력을 발휘했다.

<나는 꼼수다>를 비롯한 스마트 모바일 기반의 새로운 미디어는 구매체의 구태의연한 보도와 형식이  따라올 수 없는 시사보도의 영역을 개척했고 청취자들을 행동하게 만들었다. 기존 체제의 질서와 권위에 따르지 않고 한국사회의 집단주의적 사고로부터 벗어난 SNS 세대들이 만들어 가는 새로운 선거 문화.  이러한 흐름이 선택할 새로운 시장은 누구일까? 이번 선거는 잔여임기 얼마 남지 않은 선출직 자리 하나를 채우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 한국 사회의 진로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용지를 우리는 투표함에 넣는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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