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교육원 연수후기] 일하지 않는 즐거움
상태바
[PD교육원 연수후기] 일하지 않는 즐거움
  • 강윤기 KBS 시사제작국 PD
  • 승인 2011.11.02 14: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윤기 KBS 시사제작국 PD

초등학교 시절, 봄 방학 마지막 날 밤에는 쉽사리 잠들지 못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는 두근거림에 뒤척였던 기억이 누군가에게 다 있을 것이다. ‘새로운 담임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까?’, ‘새로운 짝꿍은 누가 될까?’ 오랜만에 그런 감정을 느끼며 지난 9월 18일 밤, 나는 잠이 들었다. PD교육원 중기교육은 내게 이렇게 느껴질 정도였다.

전국 각사에서 20명의 PD들이 모였다. TV, 라디오로 나누어지는 매체별 특징 뿐 아니라 시사교양, 라디오, 예능, 드라마까지 장르도 제각각이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케이블 방송사까지 회사의 규모도 각양각색이었다. 이들이 모여서 함께 5주간 한 교실에서 만들어간 이야기들은 흥미로움, 그 자체였다. 지난 9월 18일부터 2주간 한국언론재단에서 인문학을 포함한 공통과정에 대한 강좌가 진행되었고 지난 10월 4일부터 2주 동안은 상암동 PD교육원에서 장르별 실무교육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모든 교육생이 고대하던 해외 연수는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 워싱턴대학에서 10월 17일부터 4일 동안 진행되었다.(물론 주변 관광 등을 포함한 미국 체류 일정은 8박 10일이다)

이번 교육이 개인적으로 가져다 준 가장 큰 선물은 솔직히 누가 뭐래도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일하지 않는 즐거움. PD들은 모두들 알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지 말이다. 촬영하고 편집하고 회의하고 촬영하고 편집하고 회의하고, 그러다 술 마시고…. 반복되는 이런 삶에 나 또한 지쳐가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회사에 5주 동안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기회는 언감생심, 역사적인 사건 그 자체였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지만 ‘일하지 않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기회에 선택받은 20명의 PD들은 그래서 행복했다.

마치 다시 대학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수업듣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이렇게 PD들이 재교육에 대한 열망이 뜨거웠는지 모두들 놀랄 따름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장르별, 매체별, 회사의 사정 별로 많은 고민들이 쏟아져 나와 함께 공유할 수도 있었다. 더구나 개성이 철철 넘치는 PD들이 그것도 20명씩이나 5주 동안 함께 있었으니 얼마나 많은 에피소드들이 있었을까. 지면을 통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주어졌다.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비롯해 평소라면 사치라고 느꼈을 많은 질문들을 스스로 해보고 답을 고민할 수 있는 여유를 가졌다. 제대로 된 방향감도 없이 그저 이리저리 앞이라고 믿어지는 방향만 보고 살아왔던 9년차 PD는 처음 누려본 호사였다. 그 기간 동안 읽고 싶었던 몇권의 책을 읽었다는 PD도 있었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던 PD도 있었고 나처럼 오랜만에 집안에서 환영받는 PD가 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이 좀 더 내실있고 치밀하게 준비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우선 국내교육에서는 중복되는 수업이 적지 않았다. 다른 강사들이었고 분명 강의 주제는 달랐지만 막상 강의 내용은 비슷한 일들이 계속 있었다. 또한 강의실을 벗어나 현장을 가보는 체험이 예상보다 적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진행되었던 해외연수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예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숙소와 학교간의 이동은 무려 1시반 정도 걸렸다. 왕복 3시간. 대부분의 PD들이 이동하다 지쳐버렸다.  

▲ 강윤기 KBS 시사제작국 PD
또한 수업 과정 역시 조지 워싱턴대의 실무진들이 한국의 방송 현실이나 PD들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던 경우가 있었다. 그곳 대학원생 수업 과정정도로 보이는 뉴미디어에 대한 반복 수업이 그 대표적인 예. 그리고 다큐멘터리에 집중되었던 교육 과정도 적지 않은 불만을 샀다. 그래도 평소에 만나기 힘든 아카데미상 수상 다큐멘터리 감독들이나 유명한 저널리스트들을 만났던 기억들은 큰 도움이 될 만했다. 5기까지 걸쳐오면서 많은 시행착오을 거치고 있고 실무진들도 많은 노고를 보태고 있다 하니 다음 교육기수 PD들에게는 더 발전된 5주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PD교육원 동기 번개모임 공지 문자가 도착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