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2040의 분노’ 언론을 향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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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가 끝난 후 보수 언론들은 태도를 돌변해 ‘2040세대’ 현상에 대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꿈을 잃은 세대’, ‘앵그리 영맨’, ‘스마트 앤티(smart anti)', 심지어는 '공감자본주의’라는 용어까지 동원된 말의 성찬 속에서 정작 언론 스스로에 대한 성찰은 찾아볼 수 없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네거티브 전략과 친북좌파 공세로 정국의 프레임을 좌지우지하려던 언론들이 아니었던가. 그런데도 한 마디 자기반성도 없이 정치권에만 책임을 전가시키는 타자화된 인식은 오늘날 한국 언론의 고질화된 병폐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표심을 통해 표출된 20∼40대들의 분노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좌절과 분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권력과 결탁하여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해온 제도 언론에 대한 불신의 표현이기도 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모바일 앱, 그리고 팟캐스트 등으로 무장한 모바일 세대들은 더 이상 보수 언론의 낡은 프레임에 농락당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의 꼼수를 통렬하게 조롱하고 풍자하면서 새로운 소통 방식을 발전시켜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투표장의 인증샷은 99%의 열망과 좌절과 분노의 목소리를 외면해온 제도 언론에 대한 ‘언론주권 선언’으로 받아들여도 좋을 듯하다.

사실 2040세대의 반란은 어느날 갑자기 나타난 새로운 흐름이  아니다. 90년대 이후 한국의 보수 언론은 권력과 자본의 편에 섬으로써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가로막는 반동적 세력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 결과 정치권에 대한 시민의 실망과 분노는 곧 제도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왔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드러난 모바일 세대들의 소통 방식은 새천년부터 시작된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 대안 미디어 운동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바꿔 말하면 제도 언론에 대해 누적되어온 불만이 SNS로 표출된 것이다.

우리는 작금의 위기가 곧 언론의 역할에 대한 전면적인 부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모바일 매체들이 몰고온 태풍은 기성 언론의 일탈에 대한 반작용일 뿐 아직은 대중미디어가 수행해온 역사적 역할을 대체할 수준에는 이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는 SNS의 경고를  때가 묻은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되살리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진실을 가려내 전달하고, 다양한 시민의 의견을 공론의 장으로 결집시켜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하는 언론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권력과 자본이 아니라 99%인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로 되돌아와야 한다. 수용자이자 소비자인 시민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언론은 언젠가 역사적 유물로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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