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밥그릇 싸움과 종편특혜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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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버 3’라는 영화가 있었다. 3류 조직 폭력배의 인생을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풀어낸 이 영화엔 ‘재떨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조직의 2인자로 언제 어디서든 재떨이를 휘두르는 이 캐릭터는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한다’는 범죄 집단의 저급한 윤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 주인공인 조직의 ‘넘버 3’가 그의 안하무인을 비웃으며 한 말은 ‘재떨이로 흥한자 재떨이로 망한다’는 것이다.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는 성서의 내용을 패러디한 이 대사는 ‘조폭적 윤리에 충실한 인물’을 설명하는데 더 없이 훌륭한 비유로 널리 애용(?)됐다. 요즘 방송계에서 영화 속 ‘재떨이’를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다. 영화 속 ‘재떨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가 가장 큰 관심사가 ‘밥그릇’이라는 점이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의 ‘밥그릇’ 말이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는 많은 별명이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의 선전 장관 괴벨스를 빗댄 ‘최벨스’, 현 정부 방송 정책을 상징하는 ‘방송장악위원장’, 그리고 최근 들어 가장 많이 불리는 ‘종편특혜위원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미디어렙 입법이 지지부진한 상태에서 마땅히 취해야할 조치들을 하지 않는 ‘꼼수’를 통해 종편채널들의 광고 직접영업을 사실한 조장, 방송 생태계를 무법천지의 정글로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동아일보>와 <매일경제>의 종편채널이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해 어려운 처지에 놓였을 때 현 정권과 가까운 KT가 자회사를 통해 83억 9000만원을 종편채널 4사에 투자했으며 역시 정권과 가까운 인사들이 포진하고 있는 금융사들도 종편채널에 투자를 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처럼 특혜와 반칙으로 가득한 ‘종편 살리기’의 중심에 바로 최시중 위원장이 있다.

‘종편채널 살리기’는 이미 방송 생태계를 심각하게 오염시키고 있다. 당장 생존에 위협을 느낀 SBS와 MBC 등 지상파가 광고 직접영업을 목전에 두고 있고 이것이 실현된다면 방송계, 나아가 언론계 전체는 치열한 ‘밥그릇’ 싸움으로 내몰리게 될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방송장악위원장’이란 별명을 가진 최시중 위원장의 진짜 속뜻일지도 모른다. 먹고 사는데 바쁜 언론이 어찌 사회적 공기(公器)의 역할에 충실 할 수 있으랴. 

영화 ‘넘버 3’속 ‘재떨이’의 최후는 비참했다. 주인공의 예언대로 수시로 재떨이를 휘두르던  그는 결국 재떨이에 맞아 죽었다. 오로지 종편의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불철주야 애쓰시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 부디 종편의 ‘밥그릇’이 흉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간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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