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 방송과 공영 방송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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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터넷 방송과 공영 방송의 대결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1.11.2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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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뉴스와 정보의 수요·공급의 원칙이 무너지면 유언비어가 난무하게 된다. 진실이 왜곡되고 여론이 무시되면 명분뿐인 공영방송은 존재감을 잃게 되고 인터넷 방송, 지하매체는 빛을 발하게 되는 법이다.

한국의 인기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이상열기는 국내를 초월해 해외에서도 관심사다. 얼마 전 미국의 권위지 〈뉴욕타임즈〉의 해외판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은 파격적으로 1면에 ‘나꼼수 열풍’을 다뤘다. 추가로 4 개면에 걸쳐 ‘반대의 목소리 온라인을 달구다’라는 제목으로 ‘MB, 보수언론의 불신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했다.

해외 언론은 물론이고 오프라인 상에서도 ‘나꼼수’는 대중의 폭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의 1위 팟캐스트로 각 회에 200만 회나 내려 받는 등 인기는 예사롭지 않다. 서울의 1600석 공연장은 표를 구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풍자와 해학, 비꼬기, 과장 등을 양념삼아 현상을 비틀고 비꼬는 형식의 ‘나꼼수’에 왜 대중은 열광하는 것일까. 여기에 박수만 치고 즐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나꼼수’가 던지는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공영방송의 사망선고. 정치권으로부터 독립된 모습, 공정한 보도의 기능을 상실한 한국의 공영방송의 보도행태가 국민의 높아진 정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메시지다. KBS, MBC 사장 자리에 오른 두 사람의 언행과 경영방식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지만 ‘방송장악’이라는 집권당의 지상과제 때문에 소통은 불통이 됐다.

둘째, 거대 신문사들의 저널리즘 기능 상실. 엄정 중립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내 주요 신문사들은 이미 정파적 보도를 일삼아 왔다. 나아가 종합편성채널권 확보와 광고 문제 등으로 이해당사자로 전락해서 현 정부의 특혜를 지속적으로 받아내야 할 절박한 상황에 있다.

특히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에 힘입어 방송 진출의 꿈을 이뤘고 이를 빠른 시간 내에 안정화시키기 위해서는 권력의 지속성과 특혜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공정, 중립, 알 권리같은 공허한 말들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선거를 통해 드러난 주요 신문과 방송의 왜곡된 보도, 편파 방송은 이해관계의 산물일 뿐이다.

셋째, 소통의 단절에서 오는 분노의 표출. 권력과 국민사이에서 소통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주요 언론사들이 본연의 기능을 외면할 때 소통은 불통이 된다. 불통은 고통을 수반하게 되고 이는 국민을 불만 세력으로 만들어버린다.

‘나꼼수’를 보러 온 한 관객은 헤럴드 트리뷴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정부에 대한 우리의 분노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위한다는 공영방송, 수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거대 신문사들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분노와 좌절감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기 때문에 ‘나꼼수’를 찾는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정부는 ‘나꼼수’를 옭아매기 위해 관련 법개정을 고민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떤 기형적인 법을 들고 나올지 우려스럽지만 문제의 본질을 보지 못하고 현상에 매달릴 때 헛발질은 계속 될 것이다.

대안은 매우 간단하다. 현재의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가장 주요하고 시급한 조치로 ‘낙하산 사장’ ‘조인트 사장’을 제거해줘야 한다. 종합편성채널을 두고 거대 신문사와 물밑거래와 특혜를 논하는 것으로 의혹 받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최시중 위원장도 좀 쉬게 해야 할 것이다.

▲ 김창룡 교수
그러나 현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당분간 ‘나꼼수’의 이상열기는 막을 길이 없을 것이다. 이것이 고스란히 표심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내년 선거도 이길 수 없다고 벌써부터 낙심하고 있는 것이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정보의 왜곡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그 부담과 책임은 고스란히 당사자에게로 간다는 진리를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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