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더…더” 끝나지 않을 특혜 요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위법한 탄생, 조중동 방송 12월 1일 개국]

 

조선·중앙·동아·매경 종합편성채널이 12월 1일 동시 개국한다. 종편채널의 성공 여부를 두고 방송계 안팎에선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뚜껑을 열 때까진 아무도 결론을 단정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종편채널이 출범 이전부터 개국을 하루 앞둔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위법’과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그 답은 종편채널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있다. <PD저널>이 이를 정리한다.  <편집자>

▲ 한나라당이 지난 2009년 7월 22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며 언론법을 날치기 처리하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이를 몸으로 막고 있다. ⓒ연합뉴스

① 정권 연장 ‘꼼수’ 속 ‘위법한 탄생’

종편채널은 태어나기도 전부터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종편채널의 존립 근거가 되는 방송법 등 언론관계법 개정안을 지난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이 본회의장 단상 점거라는, 거대 여당으로선 전례가 없는 ‘꼼수’로 날치기 처리한 탓이다.

파장은 컸다. 헌법재판소는 같은 해 10월 29일 여당의 날치기 처리로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에 대한 권한침해가 있었다며 국회에 자율 시정의 기회를 부여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헌재가 언론법을 ‘무효’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며 사업자 선정 작업을 강행했다. 이에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다시 김형오 당시 국회의장을 상대로 부작위 소송을 제기했지만, 헌재는 2010년 11월 2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였다. 헌재의 권한쟁의 심판이 나오기도 전인 2010년 5월 18일 종편채널 선정 일정을 발표하고, 같은 해 9월 17일 기본심사계획안을 의결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이하 방통위)는 같은 해 11월 10일 야당 측 방통위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부·여당 측 방통위원들끼리 3대 2의 수적 우위를 앞세워 세부심사계획안 의결까지 마쳤다.

그리고 헌재 ‘기각’ 결정 직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인 이병기 전 방통위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심사위원회를 구성, 같은 해 12월 31일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네 개의 신문사를 종편채널 사업자로 ‘무더기’ 선정했다. 2012년 총·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조선·중앙·동아 중 어느 한 곳만 줄 수 없기에 내린 정치·정략적 결정 아니냐는 지적이 잇달았지만, 최시중 위원장은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5년 후 재허가 심사를 받아야 하는 종편채널 입장에선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해주는 정치 세력이 필요한 만큼, 이들이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여권과 ‘짬짜미’에 나설 것이란 우려가 높다. 언론·시민단체들이 종편채널 출범을 앞두고 모니터단을 발족한 배경이다.  

▲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 2010년 12월 31일 조선·중앙·동아·매경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하기 위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상식은 없다…‘닥치고 특혜’

이명박 정부와 함께 출범한 방통위의 별칭은 다양하지만, 최근 가장 널리 언급되는 것은 ‘종편특혜위원회’다. 여당의 언론법 날치기에 따른 법적 오류로 종편채널에 부여된 갖가지 특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학계 및 언론·시민단체의 지적을 귓등으로 넘기고 있을 뿐 아니라, 채널·광고 등에 있어 법에 규정된 이상의 특혜까지 떠안기려 하고 있는 탓이다.

당장 의무재송신이 문제가 되고 있다. 종편채널은 지난 2000년 1월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1TV와 EBS와 함께 의무재송신 채널로 규정됐다. 당시 방송법은 신문사와 대기업 등의 방송진출을 제한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당은 지난 2009년 7월 언론법을 날치기 처리하며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을 허용했다. 콘텐츠 시장 활성화와 영세한 외주전문제작 채널 지원 등의 목적으로 종편채널에 의무송신 지위를 부여했던 통합방송법의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종편채널 출범을 앞두고 지난 25일 고흥길 한나라당 의원과 국회 입법조사처 공동주최로 열린 한 토론회에서 김재영 충남대 교수는 종편채널을 의무송신토록 규정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53조에 문제를 제기하며 “명백한 법적 오류”라고 주장했다.

현행 의무재송신 채널은 편성 내용의 사회적 필요성과 공영성을 지니고 있지만, 종편채널은 영리를 추구하는 사업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종편채널=신생아” 주장을 앞세우며 법이 규정하고 있는 특혜를 제외시킬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종편채널은 지상파 방송과 동일한 편성으로 유사한 영향력이 예측되고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엔 허용되지 않는 중간광고가 종편채널에 허용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디어렙 입법 공백 상태를 틈타 종편채널들은 직접 광고영업까지 나선 상황이다.

동일 콘텐츠에 대한 동등한 규제라는 대원칙 자체가 손상되고 있는 것이다. 그밖에도 날치기 방송법 등에 의거, 종편채널은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지상파(60~80%)와 달리 20~30%만 편성해도 되는 등 편성 특혜 또한 부여받은 상태지만, 일련의 특혜는 콘텐츠 제작 활성화 등에 역행할 뿐 아니라 값싼 외국 제작물 등의 범람으로 시청자 주권 침해에 대한 우려 등을 발생시키고 있다.

③‘빈곤한’ 편성…오락화 ‘부채질’

개국에 임박해 알려진 종편채널 4곳의 프로그램 편성 전략을 두고 방송사 안팎에선 기대 이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막강한 신문영향력과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내용에 비해 정작 내놓은 콘텐츠의 양과 질 모두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채널A, jTBC, TV조선, MBN 등의 편성표를 보면 낮 시간대는 재방송으로 편성시간을 메우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아침 뉴스와 드라마가 끝나는 오전 9시부터 낮 시간동안 종편 4곳 모두 저날 저녁 시간에 방송된 프로그램을 다시 방송한다. 절대적인 물량 부족 탓이다.  

▲ 전국언론노조 주최로 지난 6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조중동 방송 미디어렙 포함 입법 촉구 결의대회’에서 시민들이 조중동 방송광고 직접영업 얼음깨기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황금시간대에는 선택과 집중에 따라 예능? 드라마를 전진 배치했다. jTBC는 지상파 뉴스 시간대인 저녁 9시대에 월화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와 채시라 주연의 주말극〈인수대비>를 편성했다. TV조선도 황정민과 김정은이 주연을 맡은 <한반도>를 밤 10시에 편성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이 포진한 밤 11시대에는 채널 A <개그시대>, MBN <개그공화국>등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맞편성했다.

채널A는 <불굴의 국가대표>, <이수근의 바꿔드립니다> 등을 지상파 주말 예능이 몰린 토일오후 5시 30분, 6시 40분에 편성했다. 지상파 맞대응 편성으로 풀이된다. jTBC는 MBC<무한도전>, KBS <1박 2일> 등을 피해 이수근과 김병만이 MC로 나서는 버라이어티 〈상류사회〉와 그룹 소녀시대가 출연하는 〈소녀시대〉(가제)를 토·일요일 오후 7시 30분부터 8시 40분까지 방송한다.

지상파를 겨냥한 편성 전략이지만 지상파 쪽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아직 품질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 않느냐”는 것이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종편들이 개국을 하면 모든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는 하겠지만 지상파에 대응 편성을 했다고 특별히 긴장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

볼거리가 많아졌지만 양질의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청자의 선택권이 확대된 것도 아니다. 방송사 안팎에선 종편채널의 부작용으로 방송의 상업성과 선정성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종편채널들이 이런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④ 무더기 종편 출범…언론 생태계 ‘난개발’

내달 1일 무려 네 개의 종편채널이 동시에 개국을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개국이 곧 생존은 아닌 탓에 이들 종편채널은 광고 등에 있어 현재까지 확답 받지 못한 ‘특혜’를 지속적으로 요구할 전망이다.

대표적인 게 광고 직접 영업이다. 현재 종편채널들은 국회의 미디어렙 입법 공백을 틈타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선 상황이지만,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는 종편채널의 미디어렙 지정을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다. 여당 또한 약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종편채널을 미디어렙에 지정하는 안을 검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종편채널들이 광고 직접 영업을 포기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더구나 종편채널들이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서면서 지상파 방송인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역시 사실상 직접 영업과 다를 바 없는 형태로 자사 미디어렙을 꾸린 상태다. MBC는 일단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의 광고 직접 영업 채비를 거의 완료한 상황으로, 향후 방통위원장이 강조해온 ‘정명(正名)론’에 따른 ‘민영화’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지상파와 종편채널들이 광고를 따내는 데 사활을 걸며 경쟁할 경우, 지상파는 생존을 위해 ‘더’ 선정적이고 ‘더’ 자극적인 프로그램을 전면 배치할 수밖에 없다. 당장 예능과 드라마로 점철된 종편채널의 편성표를 받아든 지상파 관계자들은 “앞으로 예능 등의 편성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글의 시대에 접어드는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듯 거대 지상파 방송사들과 유력 신문을 앞세운 종편채널들의 광고 전쟁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위협받는 건 지역·종교방송들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시훈 계명대 교수(광고홍보학)는 월간 <신문과 방송> 9월호에 기고한 글에서 미디어렙 경쟁체제 도입 시 지역·종교방송 등의 광고비 감소가 최대 2129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그밖에도 종편채널은 광고 직접 영업으로 채워지지 않는 이익을 전문의약품과 의료기관 광고 허용 등의 방송광고 규제완화와 함께 방송발전기금 유예 등으로 채우려 들 전망이다. 하지만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짐짓 무기력한 듯 “법대로 할 뿐”이라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종편채널 난개발로 인해 바야흐로 언론 생태계에 무법(無法)의 약육강식 현실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