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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사상 유례없는 대리투표, 재투표, 유령투표가 난무하던 그날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009년 7월 22일 언론악법이 탄생한 날이다. 그 어떤 정당성도 없었던 그날, 한나라당은 급박하고, 초조하게 미디어법을 개악했다. 그리고 12월 1일. 조선, 중앙, 동아, 매일경제의 종합편성채널(종편채널)인 TV조선, jTBC, 채널A, MBN이 개국을 한다. 한나라당과 수구 보수 언론이 그토록 원했던 그날이 온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움직임은 앞뒤 없이 급하다.

개국을 이틀 앞두고 채널 배정을 겨우 마무리하는가 하면, 편성표는 최근까지 오락가락 해 왔다. 관심을 끌었던 각종 드라마 편성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시청자들에게 내놓은 볼거리도 신통치 않다. 2년 전 언론악법이 탄생되던 날과 모양새는 그리 다르지 않다. 부뚜막 송아지 마냥 초조하고, 허둥지둥 거린다. 불안한 외줄타기 그 자체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의 외줄타기가 그들만의 쇼가 아니라는 점이다. 미디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네 개의 방송사가 미디어 시장에 한꺼번에 나오면서 이들은 물고, 뜯고, 할퀴면서 살아남기 위해 발악을 할 것이다. 이들의 광고 직접 영업은 미디어 시장 전체를 혼탁하게 만들 것이며, 콘텐츠는 선정성의 극을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청자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준비되지 않은 콘텐츠를 접하게 되고, 기업들은 혼탁한 광고 유치 경쟁으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종편의 아귀다툼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을까? 단연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혼탁한 전쟁이 가져올 미디어의 미래가 암흑이라는 점이다. 막연한 기대로 인한 전쟁은 지역 신문, 방송과 종교 방송 등의 설자리를 위협할 것이다. 이제 모든 지역의 소식은 사라지게 되고, 모든 정보는 더더욱 서울 중심의 소식들로 채워질 것이다. 현장에서 시청자, 청취자와 호흡을 해 왔던 PD들은 졸지에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리게 된다. 공공성의 가치는 사라지고, 언론이 자본과 권력을 감시하기보다 한 배를 타고 노를 저어갈 것이다. 그 뱃노래 소리가 이미 들리고 있다.

12월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질 종편의 개국쇼. 혹시 기대하고 있는가? 기대하지 마라. 종편의 자체 쇼는 한마디로 기대감도 없다. 벅참도 없다. 오로지 한 숨만 있을 뿐이다. 애초에 정당성이 없는 방송의 시작. 그 출발이 가져올 미래가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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