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라디오 방송 전환 이유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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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내년 말 지상파 아날로그 TV 방송을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게 되면 미디어로서 아날로그 방송은 지상파라디오방송 하나만 남는다. 때맞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내년에 전송방식을 결정하고 이듬해(2013년)에는 실험방송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라디오방송에 직·간접으로 관계하는 이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그래도 방송의 디지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보면 분명한 전환 이유와 조건에 따라 최소 시간과 비용으로 전환해야 하는 때가 된 것은 분명하다.

라디오 디지털 전환 노력은 이미 14년 전에 시작됐다. 당시 유럽식 디지털오디오방식(DAB)이 유력했지만 디지털 TV 전송방식을 이동수신이 불가한 미국식으로 결정하고 DAB를 이동수신 보조용 ‘지상파멀티미디어방송(DMB)’로 변용하면서 라디오 디지털 전환은 방송정책에서 멀어졌다.

그렇지만 방송인들의 요구로 조금씩 진전을 보여 지난 11월 방통위가 구성한 디지털라디오 도입추진 분과위원회’의 연구결과 발표를 계기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금은 비교실험방송 결과를 바탕으로 방식과 전환 시기만 결정하면 되는 단계에 와 있다. 더욱이 라디오 방송사업자는 제작부문의 모든 시스템을 이미 디지털로 바꾼 터라 추가할 비용도 많지 않으며 송신기만 디지털로 교체하면 되는 유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디오 디지털 전환은 녹록치 않다. TV 경우와 달리 회수하여 재분배할 주파수도 거의 없다. 선정 방식에 따라 오히려 추가배정을 해야 하는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라디오 수신기 생산 밖에 기대할 것이 없는 산업부분은 크게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이미 디지털 라디오와 같은 지상파 DMB 오디오 채널에서 보듯이 디지털 효과로 선전하는 부가서비스라는 것도 청취자를 유인하지 못한다. TV와 달리 매우 다양한 아날로그 라디오가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보급된 사태에서 청취자를 디지털로 유인하기에는 편익이 턱없이 부족하다.

방송사업자에 이르면 더 심각하다. 도입 시기를 놓고 KBS는 빠른 전환을, MBC, SBS와 CBS 등 종교방송과 가타 사업자는 조기 전환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방식 선정에도 이견이 분명하다. KBS는 DAB+를, MBC는 HD 라디오(IBOC), SBS는 DRM+를 선호한다. 이처럼 전환 시기와 정합방식에 거대 사업자가 이견을 보이는 것은 기득권 유지와 방어논리, 그리고 디지털 전환을 계기로 판형을 바꾸어보려는 다분히 자사 이기주의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는 청취자 감소로 매체 영향력이 떨어지는 상황, 타 매체의 디지털 전환에 따른 아날로그로서 존재 불안감 극복을 위해 디지털 전환을 인정하고 있다. 방통위도 비록 회수할 주파수는 거의 없지만 ‘광개토 플랜’을 추진해서 부족한 모바일 데이터 통신용 주파수를 확보해야 하고 VHF 채널의 디지털 라디오 할당 유무를 조기에 결정할 필요도 있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비록 경제적 효과도 크지 않고 시청자를 유인할 매력도 부족하지만 라디오 디지털 전환은 당연하다. 방송, 통신의 세계적인 디지털화 때문이다. 방송, 통신 등 모든 전자기기는 디지털 기술을 기본으로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스마트 플랫폼이란 이름으로 이미 현실이 되었다. 아날로그 플랫폼은 스마트시대의 청취자 욕구와 매체 서비스 간 괴리를 좁히지 못한다.

분명한 이유로 전환을 하더라도 조건이 있다. 먼저 디지털 라디오는 최소 비용으로 아날로그 방송보다 수신율을 높여 방송구역 내에서는 난청지역을 해소할 수 있어야하고 고음질 외 청취자를 만족시킬 부가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역과 시민사회 등 다양한 계층이 정보와 여론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방송국을 수용할 수 있도록 주파수 효율이 높은 전송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 채수현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
다음으로 DMB 오디오채널 정책은 변경해야 한다. 디지털 라디오와 DMB 오디오 채널은 동일한 서비스다. DMB에서 오디오 채널은 삭제하여 디지털 라디오와 개념 충돌을 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신기는 청취자에게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의 비용으로 보급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계획대로라면 라디오 디지털 전환은 내후년에 시작한다. TV 보다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지만 명확한 전환 이유와 조건에 합의 한다면 그리고 TV 디지털 전환을 반면교사로 청취자를 중심에 두는 정책 추진이라면 라디오 디지털 전환은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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