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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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다
[송윤경의 chat&책]
  • 송윤경 KBS <낭독의 발견> 작가
  • 승인 2011.12.1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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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경 KBS <낭독의 발견> 작가
오늘예보-차인표

‘만권의 책을 읽고 만 리를 여행하라’ -독만권서(讀萬券書) 행만리로(行萬里路)

명나라 말기의 서화가 동기창은 서화에 향기가 나려면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누군가 내게 ‘삶에서 향기가 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묻는다면(물론 내 자신은 그에 대한 답변을 할 만큼 삶의 깊이가 있지 못하다. 어디까지나 엉뚱한 가정이다!) 나는 이 문장에 하나를 슬며시 더 끼워 넣고 싶다. ‘만권의 책을 읽고, 만리를 여행하고, 만 명의 사람을 만나라‘라고.

▲ 오늘예보-차인표
KBS 2TV <낭독의 발견>이라는 프로그램은 책과 사람을 만나는 프로그램이다. 때로는 책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날 때도 있고, 사람처럼 향기 있는 글을 만나기도 한다. 이래저래 나에겐 일과 함께 삶을 향기롭게 만드는 즐거운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매번 그런 호사를 누리는 건 아니다. 때론 기대가 너무 컸던 탓에 씁쓸한 마음이 들 때도 있고, 때론 겉으로 보인 모습만 보고 제멋대로 재단했던 내 오만과 편견에 부끄러울 때도 있다.

얼마 전, 낭독 무대에서 함께 했던 차인표 라는 ‘사람’과의 만남은 나의 성급한 잣대가 유난히 부끄러웠던 시간이었다. 1993년 데뷔해 18년 동안 연기 인생을 펼쳐 온 배우 차인표. 그는 <사랑을 그대 품안에> 라는 드라마에서 혜성처럼 등장해 색소폰을 불며 눈에 유난히 힘을 주던, 그리고 신애라와 결혼해 잉꼬부부로 살고 있는, 내게는 그저 별 다른 느낌 없는 ‘연예인’ 일 뿐이었다.

소설을 발표한 ‘신인 작가 차인표’의 모습도 내겐 연예인이 다른 분야를 즐기고 싶어 하는 치기어린 도전 정도로만 비춰졌다. 그래서 2009년 발표한 그의 첫 장편 소설 ‘잘가요 언덕’은 책장도 넘겨보지 않은 채 내 기억 속에서 사라졌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그가 두 번째 소설을 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왠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가 왜 자꾸 소설을 쓰는 지 궁금해졌다. ‘오늘 예보’. 차인표라는 ‘배우’가 쓴 소설은 그렇게 읽기 시작했고, 책장을 넘기면서 점점 차인표라는 ‘작가’ 그리고 ‘사람’을 마주하게 됐다.

배우이면서 세 아이의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 차인표. 그의 글에는 타인의 불행을 자신의 일처럼 먼저 아파하고 어루만지는 따뜻한 사람의 체온이 담겨 있다. 그 따스함을 나의 오만과 편견으로 하마터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뻔 했다니. 갑자기 차인표라는 ‘사람’을 낭독 무대에서 꼭 만나고 싶은 섭외 본능이 꿈틀댔다.

하지만 매니저를 통해 들려 온 답은 그리 긍정적이지 않았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잘 나가는(?) 예능 프로그램도 아니고, 눈을 비벼가면서 봐야하는 시청률 사각지대에 놓인 낭독 무대에서 왜 ‘차인표’를 만나고 싶은지 구구절절 사연을 적어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솔직히 기대하지 않았다. 소위 말하는 스타급 연예인 치고 <낭독의 발견>에 흔쾌히 출연을 허락한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전혀 없지는 않다. 증거는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시길!)

그런데 다음 날 오후 차인표 씨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 <낭독의 발견>에 출연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는 타 방송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토크 프로그램 출연을 고사했다.) 그렇게 출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사전미팅을 하고 훈훈한 분위기에서 녹화를 마쳤다. 약 3주라는 시간동안 차인표라는 작가를 만나고 그의 글을 만나고, 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다.

모든 사람은 한 권의 책과 같다. 다만 우리가 그 책을 아직 읽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혹시 주위에 그냥 지나쳐버린 사람은 없는지, 제대로 마음을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은 없는지 곰곰이 살펴보자. 그리고 그 사람의 책 첫 페이지를 넘겨보자.

▲ 송윤경 KBS <낭독의 발견> 작가
“글이 사람을 안아줄 순 없겠지만, 안아주고픈 그 마음을 전할 수 있다고 믿기에 나는 이 글을 끝까지 썼다. 지난 몇 년간 나는 이 책의 세 인물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때로는 낄낄 거리며 웃고, 때로는 훌쩍이며 울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말이다. 결국 부대끼며, 의지하고, 서로 토닥거리며 끝까지 살아야 하기에. 휴식은 할 수 있지만 절대로 중단해서는 안 되는 것.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소설 ‘오늘예보’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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