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뚜껑 열어보니…특혜 ‘회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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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편성 등 곳곳에서 문제 노출…의무재송신 제외 등 필요

“예상했던 일이지만, 뚜껑을 열어보고 ‘특혜’ 바로잡기가 더욱 절실하다는 걸 느꼈다.”

지난 1일 동시 개국한 종합편성채널 4사가 한자리수 미만의 시청률로 체면을 구기고 있다. 시청률만이 문제가 아니다. 종편채널 4사는 강호동씨의 조폭 연루설(채널A)과 같은 자극적 소재와 정부·여당의 입장만을 부각하는 보수 이데올로기적 아이템 선정 등으로 방송뉴스의 ‘ABC’조차 숙지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 정권이 종편채널에 부여한 갖가지 ‘특혜’를 지금이라도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방송·언론계 안팎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종편 ‘의무재송신’ 제외해야= 종편채널에 대한 특혜 중 최우선으로 바로잡아야 할 부분으로 꼽히는 것은 다름 아닌 의무재송신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 제53조 1항에 따르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와 위성방송사업자 등은 편성에 종합편성을 하는 채널을 포함해야만 한다. 하지만 종편채널을 제외하면 KBS 1TV와 EBS, 종교·공익채널 등 공적의무와 공공성을 부여받은 채널들만이 의무재송신 지위를 부여받고 있다는 점에서 상업적 유료 케이블 방송인 종편채널이 의무재송신 지위를 누리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종편채널에 의무재송신 지위를 부여한 방송법 시행령의 해당 조항은 종편채널 출범 훨씬 이전인 지난 2001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마련된 것으로, 영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외주전문 채널 지원을 통해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종편채널의 주요주주는 신문 시장 내에서도 선두를 차지하고 있는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이며 거대 기업 또한 참여하고 있다. 언론학자들이 “의무재송신 조항 제정 취지가 사라진 것”(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명백한 법적 오류”(김재영 충남대 교수) 등의 지적을 하는 이유다.

그뿐만이 아니다. 의무재송신 채널이긴 하지만 출범 보름도 지나지 않아 공익성·공공성 부재 등의 문제를 드러낸 종편채널 때문에 교육지원 분야 공익채널로 지정된 EBS 학습채널들의 번호가 뒤로 밀리거나 누락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 조선·중앙·동아·매경 등 종합편성채널 4사가 지난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공동으로 개국 축하쇼를 진행하고 있다. ⓒPD저널

지난 7일 EBS에 따르면 종편 개국 전후로 EBS 플러스1(수능)은 94개 SO 중 58개 SO에서 채널 번호가 바뀌었다. EBS 플러스2(초·중학 및 직업)는 88개 SO 중 19개 SO에서 채널 번호가 바뀌었고, 17개 SO에선 아예 빠졌다. EBS 잉글리시(영어채널) 또한 17개 SO 중 3곳에서 번호가 바뀌었으며, 8곳에서 빠지게 됐다.

이런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5일 SO가 지상파 채널 번호를 변경할 때 지상파 측과 사전 협의토록 한 절차를 폐지했다. 전국언론노조는 “(특혜로) 의무재송신 지위를 누리고 있는 종편채널들을 지상파 채널에서 볼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12월 7일 성명)라고 우려했다.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들은 개국과 동시에 선정적 콘텐츠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종편채널의 의무재송신 지위를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천정배 의원 대표 발의로 지난 7월에 제출된 방송법 개정안은 종편채널을 의무재송신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고 있다”며 “임시국회 기간 동안 미디어렙법과 함께 처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방송법 개정안은 의무편성 및 재송신 채널에서 종편채널을 제외(제70조, 제78조)하며, 종편채널 사업자의 사업구역을 지역방송사업자의 방송구역에 준하도록 제한(제70조의 2)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비대칭 편성 규제, 콘텐츠 질 저하= 지상파 방송과 비교할 때 완화된 편성규제 또한 시정의 대상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행 방송법과 동법 시행령에 따라 종편채널은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최대 50%(지상파 60~80%)까지만,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분기별 주시청시간대 기준 15%(지상파 매분기 전체방송시간 기준 40%)까지만 편성하면 된다.

다시 말해, 핵심 시간대에 제작비를 투입한 국내제작물을 편성하고 주변시간대엔 값싼 해외제작물 등을 구입해 편성하는 전략이 가능한 것이다. 한 예로 <조선일보> 종편채널인 TV조선은 미국 드라마 <프렌즈>(1994~2004년)를 매주 월~금 오후 6시 30분에 방송하고 있다. <프렌즈>는 이미 기존 케이블 채널들에서 수차례 방송된 콘텐츠다.

종편채널의 도입 목적 중 하나는 콘텐츠 제작의 활성화다. 하지만 벌써부터 종편채널은 자체제작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외국의 값싼 콘텐츠와 재방송 등으로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례로 CBS가 지난 5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중앙일보> 종편채널인 jTBC와 <동아일보> 종편채널인 채널A, <매일경제> 종편채널인 MBN의 토, 일, 평일 재방송 비율은 하루 방송시간의 최대 72%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TV조선은 재방송 여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초기 시청자를 잡기 위해 종편채널들이 제작비를 쏟아 붓고 있지만 시청률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결국 제작비 절감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재방송과 값싼 해외 콘텐츠 수입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언론·시민단체들은 시청률에 근거한 광고비 산정의 원칙을 무너트리는 종편채널의 광고 직접 영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미디어렙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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