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 논쟁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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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 이지용 통신원

최근 파리에서 상연된 두 편의 연극이 가톨릭 원리주의자들의 강력한 항의와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프랑스 사회 전반에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논쟁을 불붙이고 있다.

논쟁의 중심에 있는 이들 연극은 지난 10월 상연된 이탈리아의 연출가 로메오 카스텔루치의 ‘신의 아들의 얼굴에 관한 개념’과 얼마 전까지 상연됐던 아르헨티나의 연출가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골고다 피크닉’이다.

▲ 연극 ‘신의 아들의 얼굴에 관한 개념’
이 두 편의 연극에 대해 프랑스 가톨릭 원리주의자들은 “예술적 표현의 자유를 가장한 기독교 혐오주의자들의 신성모독 행위”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연극이 상연되는 극장에 난립을 시도하고, 공연 기간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항의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연극 ‘신의 아들의 얼굴에 관한 개념’이 예수의 얼굴을 모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예수를 선동가로 표현하고 있는 연극 ‘골고다 피크닉’이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프랑스에서 상연되는 것은 프랑스의 전통을 부정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또 최근 들어 심화되고 있는 좌파와 노조의 가톨릭 죽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솔직히 외국 연출가들에 의해 연출된 연극 작품의 상연이 프랑스 좌파, 그리고 노조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이해되진 않지만, 여하튼 그들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일련의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곳은 시민단체연구소(Institut CIVITAS, 이하 씨비타스)다. 씨비타스는 지난 1998년 결성된 가톨릭 원리주의 단체로, 지난 1965년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해 시행된 바티칸 2차 공의회의 교회 개혁을 인정하지 않는 파리의 성 니콜라 드 샤르도네 성당(Saint Nicolas de Chadonnet)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 프랑스 가톨릭 원리주의자들이 연극 ‘신의 아들의 얼굴에 관한 개념’등의 상연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여전히 가톨릭 교회 개혁 이전의 전통을 고집하는 이 성당은 라틴어로 미사를 드리고, 신부가 신자를 등진 채 성합을 향해 미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또 프랑스 극우파 정당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창시자인 장 마리 르펜 전 당수와 그의 딸인 마린 르펜 현 당수가 다니는 성당으로도 유명하다.

씨비타스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기타 종교 신봉자들과 무종교 좌파주의자들의 기독교 혐오주의에 맞서서 프랑스의 전통과 가치를 지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이를 위해 정치권으로의 진출도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연극 상연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이 과연 표현의 자유와 신성모독을 둘러싼 것인지에 의문이 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씨비타스의 일련의 주장이 프랑스에서 급격하게 늘고 있는 무슬림들과 좌파 세력들로부터 프랑스를 지켜야 한다는 국민전선의 주장과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 프랑스= 이지용 KBNe / Channel Korea 대표
극우파의 표심을 잡아야 내년 대선과 총선에서 진보좌파 연합에 맞설 수 있다는 절박함이 있는 사르코지의 집권여당(UMP)은 씨비타스의 주장을 받아들여, 기독교인들에게 모욕을 안기는 내용의 전시회나 공연에 대해 국가와 공공기관이 어떠한 보조금도 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논쟁과 사태를 보면서 왜 내년 선거를 위해 한국의 일부 대형 교회 목사들이 주도해서 만든다는 기독당 생각이 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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