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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은 유난히 인터넷 특히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스마트폰용 어플리케이션을 둘러싼 규제 논란으로 시끄러웠다. 굵직한 사건만 해도 연초부터 특정 인물을 상징하는 트위터 계정 삭제에서부터 하반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SNS 게시글과 스마트폰용 앱에 대한 심의 전담기구 발족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UN의 조사와 국제기구에서의 한국 인터넷 규제 실태에 대한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인터넷 규제에 대한 논의를 살펴보면 안타까운 점이 있다. 기존 관련법인 ‘정보통신망법’이나 ‘선거법’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그보다 더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명예훼손에 대한 부분은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국경 없는 기자회’가 한국을 인터넷 감시국으로 낙인을 찍은 상태에서, 최근에는 해외 유명신문들도 한국 내에서의 인터넷 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론 해외 인터넷 환경과 규제의 맥락이 틀리다보니 오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적에도 분명히 우리가 곱씹어봐야 할 인터넷의 가치가 담겨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를 진행하던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의 사건이다. 12월 23일자 <워싱턴포스트>는 정 전의원이 유죄로 인정된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중에 후자에 더 주목하고 있다. 작금의 사태가 바로 지난 대선을 전후한 BBK 관련 주가조작 사건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에서 명예훼손은 형법상으로도 처벌조항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명예훼손이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유죄가 될 수 있고 형법과 민법의 판단근거도 다르다. 때문에 명예훼손과 국가보안법은 한국에서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미 UN은 지난 5월 보고서에서 한국이 명예훼손과 국가안보에 관한 ‘모호한’ 법 규정을 이용해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발 더 나아가 보수적인 이명박 정부가 전 정부에 비해 현행법을 가혹하게 적용해 인터넷 규제를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필자는 법조인은 아니지만, 인터넷 관련 규제에서 명예훼손의 문제점은 2008년 말 ‘사이버 모욕죄’ 논란에서 지적한 바 있다. 그런데 3년이 지났지만 다른 인터넷법의 문제점은 많이 논의되고 있지만, 명예훼손 조항은 여전히 별다른 대응이 없다.

우리는 정봉주 전의원의 대법원 판결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일부 네티즌들은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이자, <나는 꼼수다>에 대한 보복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인터넷과 SNS 게시글 중에서는 판결을 한 대법관 ‘신상 털기’와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을 이야기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비판도 있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런 상황과 대응방식은 번지수가 틀렸다고 본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지난 ‘사이버 모욕죄’ 논란에서도 한국사회에만 존재하는 몇 가지 반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물론 이러한 법이 한국적 상황의 반영이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적인 합의가 있다면 유지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법이 구시대적이고 문제가 있다면, 이제는 과감히 뜯어 고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법들은 대부분 정부가 그렇게 주장하는 국제 표준(global standard)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규제를 완화하고 보다 자유로운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인터넷 관련법만이 아닌 기존 법체계에 대한 손질도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표적으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명예훼손 등 현실과 동떨어진 모호한 법 규정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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