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감시’ 없는 옴부즈맨 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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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홍보 치중·편성시간도 들쭉날쭉…보도내용 외부 비판도 외면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채널)의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이 자사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홍보에 치중하고, 방영시간도 들쭉날쭉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보도부문에 대한 외부의 비판은 아예 언급되지 않거나 축소돼 옴부즈맨 편성 취지에 벗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편채널들은 이달 초 개국 이후부터 옴부즈맨 프로그램 △jTBC <시청자의회>△매일방송MBN <열린TV 열린 세상> △채널A <톱 10 시청자 마당> △TV조선 <열린 비평 TV를 말하다> 등 매주 1회 편성하고 있다.

현행 방송법(제 87조)에 따르면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편성을 하는 방송사는 시청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시청자 평가 프로그램을 편성해야 하고 시청자평가원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방송에 관한 시청자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비판을 통해 방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제정됐다.

그러나 종편채널 4사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외형만 갖췄을 뿐 내용면에서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PD저널>이 최근 한 달간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종편채널의 옴부즈맨 프로그램들은 자사 프로그램을 홍보하는데 치중하는 모양새다. 지상파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고질적 문제들이 종편채널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종편채널 4사는 개국 이후 첫 방송분에서 종편채널 개국쇼에 대한 소식과 향후 포부와 관련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느라 바빴다. 방송법에 명시된 시청자평가원과 PD, 평론가 등의 출연으로 형식의 다양성을 담으려 했으나 지난 방송을 정리하는데 그치거나 향후 방영 예정인 프로그램에 대한 홍보로 방송 분량의 대부분이 채워졌다. 반면 ‘보도’에 대한 날 선 비판은 외면했다.

다만 보도채널이었던 매일방송 MBN의 경우 ‘뉴스를 말한다’ 코너를 마련해 외부의 의견을 부분적으로 반영했다. 선거관리위원회 디도스 공격 보도에 대해서는 “비정치인의 정치적 해석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뤄야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것”(12월 10일)이라고 비평했고, 김정일 사망을 두고 “(특보체제라도 지나치게 긴 편성으로 인한) 대북 전문가들의 추측 위주로 구성된 보도는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12월 23일)며 특보 편성 시간에 대한 재고를 주문했다.

또 다른 문제로는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뒤죽박죽인 방영시간이다. 시청자들을 위한 옴부즈맨 프로그램이지만 편성시간이 우후죽순이고, 편성공지와 상관없는 시간으로 편성을 갑자기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매일방송 MBN의 경우 방송 첫 회를 4일(일요일) 오전 10시에 방영하더니 2회를 10일(토요일) 오전 8시에 그리고 3회와 4회를 각각 16일과 23일(금요일) 오전 11시에 편성시간을 바꿔 방영했다.

TV조선 <열린 비평 TV를 말하다>는 매주 금요일 편성을 공지하고 있지만 시간대가 오후 3시 30분, 오후 4시 10분, 오후 4시 30분으로 뒤죽박죽이어서 시청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채널A <톱 10 시청자 마당>도 매주 금요일 12시 30분에 편성돼 있다가 지난 23일에 방영된 3회는 시간이 앞당겨져 11시 10분에 방송됐다. 그나마 jTBC <시청자의회>가 유일하게 정규편성 시간에 맞춰 방영되고 있다.

이 같은 실태에 대해 강상현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종편채널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을 통해 자사 홍보성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많이 방영하는 것은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나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요구나 불만을 전달함으로써 방송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시청자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방송사와 시청자 간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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