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영방송의 몰락과 시청자의 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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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KBS

2012년은 선거의 해이기도 하지만 공영방송인 KBS와 MBC가 시험무대에 오르는 해이기도 하다. 낙하산 사장을 내려보낸 가장 주된 목적이 선거 때 특정 정당이 권력을 잡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공영방송을 권력의 편에 두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선거의 해인 올해에 공영방송의 직·간접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낙하산급 사장들이 몇 번 선거와 정치이슈에 직면하면서 공정하고 중립적인 보도를 하기 보다는 민감한 이슈 무시하기, 엉뚱한 뉴스 부각시키기 등 왜곡과 편파를 일삼아오다 형편없는 수준으로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낙하산 사장의 폐해를 이보다 여실하게 보여주기도 힘들다. 낙하산 사장 하나가 방송뉴스의 질을 그렇게 저하시킬 수 있느냐고 묻지만 현실은 그럴 수 있다. 한국처럼 가부장 문화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인사권을 무기로 휘두르는 상황에서 사장 하나만 바꾸면 줄줄이 바뀌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나마 KBS, MBC 내의 젊은 기자, PD 등 양심적인 제작진들이 ‘이것은 아니라’고 도리질을 하지만 힘에 겨운 모습이다. 최근에 MBC 기자들이 침묵과 편파·왜곡을 일삼은 MBC 뉴스의 추락에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청자에게 사죄를 드린다”며 망가진 뉴스를 바로잡는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MBC 기자회(회장 박성호)는 1월 6일 기자들의 총의를 모아 보도본부장·국장 사퇴 촉구 및 불신임투표를 결의하면서 발표한 성명에서 MBC 뉴스에 대해 깊이 반성한다며 시청자에 거듭 사죄의 뜻을 밝혔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며 그 구체적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지난 1년 간의 MBC 뉴스에 대해 기자회는 추락을 거듭했다며 △4.27 재보궐 선거 편파 △장관 인사청문회 의혹 축소 △KBS 도청 의혹 보도통제 △PD수첩 대법원 판결 왜곡 △내곡동 사저 편파 △10.26 재보선 불공정 △한미 FTA 반대 집회 누락과 편파 △미국법원의 BBK 판결문 특종 홀대 △최근 김문수 경기지사의 119 논란 외면 등을 제시했다.

기자들은 이를 두고 “숱한 이슈를 다룰 때마다 MBC뉴스는 일관되게 비정상적인 길을 걸었다”며 “역사의 시계를 87년 민주화 이전으로 되돌렸다고 해야 할 정도의 침묵과 왜곡의 연속이었다”고 성토했다.

문제는 일선 기자들의 이런 구체적이고 처절한 반성과는 대조적으로 공영방송사 사장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항변하는 식이다. 사장이 낙하산이든 아니든 방송이 보여주는 결과물이 중요한데 외부의 시각보다 내부의 기자들 입장이 이 정도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KBS는 어떤가. 스스로 야당의 도청사건 피의자로 지목돼 구차한 변명만 늘어놓고 진실은 경찰의 수사에 기대고 있다. 진실추구가 생명인 공영방송사가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되는 사건이야말로 공영방송 KBS의 현주소를 상징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낙하산 사장들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사장으로 임명해준 권력자의 편에서 정치뉴스를 다루려고 할 것이다.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은 저널리즘 교과서에서나 하는 소리쯤으로 무시할 것이다. 진실을 무시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타락을 막고, 낙하산 사장의 전횡을 중지시키는 데 기자나 PD만의 힘으로는 부족하다. 취재현장에서 애꿎은  KBS, MBC 기자를 쫒아내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공영방송은 시청자의 힘으로 지켜내야 한다.

이를 위해 시청자들이 공영방송의 불공정한 뉴스에 분노할 줄 알아야 하며 이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나 방송사 게시판 등을 통해 여론을 전달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공영방송사 경영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묻는 목소리를 말과 글, 행동을 통해 전달해야 한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야 함성이 되듯이 이들의 국민 무시, 권력 존중의 자세를 수정하는 데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의 합창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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