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시다. 살사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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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시다. 살사의 세계로”
[PD의 사생활] 라틴댄스 추는 박상혁 SBS <강심장> PD
  • 방연주 기자
  • 승인 2012.01.09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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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사댄스를 연습 중인 박상혁 SBS PD
박상혁 SBS PD ⓒPD저널

예능에서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긴장감이 연출되듯 ‘살사 댄스’(Salsa dance)에서도 남녀가 템포에 맞춰 서로를 끌어당기다 밀어내는 ‘텐션’(tension, 긴장)이 존재한다. 춤추면서 손끝을 통해 느껴지는 ‘텐션’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이자 ‘살사’만이 지닌 매력이라고 한다. <강심장>의 연출자이자 ‘살사댄스 전도사’로 나선 박상혁 SBS PD를 지난 6일 오후 서울 목동 SBS 내 한 카페에서 만났다.

▲ 박상혁 SBS PD ⓒPD저널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재치 있는 답변을 하던 박 PD에게도 살사 댄스 입문은 쉽지 않았다. 난생 처음 살사 연습실 문을 두드린 날도 잊지 못했다. 2005년 1월 4일. 추운 겨울의 홍대 뒷골목. 박 PD는 두터운 코트 안에 살사를 추기 위한 연습복을 입은 채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고 한다.

박 PD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건가’라는 생각만 가득했다”라고 답했다. 일본 영화 <쉘 위 댄스> 속 평범한 중년 가장이 사교댄스 교습소의 문을 두드린 것처럼 박 PD도 7년 전 겨울 ‘살사 댄스’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원래 박 PD는 중남미에 대한 애정이 컸다. 수차례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무작정 좋았다고 한다. 페루, 브라질, 볼리비아 외에도 2004년에는 멕시코와 쿠바에 머물면서 ‘살사’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한다. “쿠바는 살사가 시작된 곳인데 사람들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춤을 추더라고요. 살사를 배우기 위해 유학 온 사람들도 있고요. 그때 귀국하면 꼭 살사를 배워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귀국 후 박 PD의 마음은 온전히 ‘살사’로 쏠렸지만 동호회까지 직접 찾아가기까진 6개월도 넘게 걸렸다. “‘막상 살사를 시작하려니까 쉽게 움직여지질 않더라고요. 여차저차 동호회 추천을 받고, 어렵사리 연습실에 찾아가보니 저처럼 망설이다 온 사람들이 태반이더라고요.”(웃음)

막상 살사에 입문한 박 PD는 몸치라고 해도 아예 처음 접해보는 분야이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춤이라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박 PD만의 간편하고도 쉬운 정의를 빌리자면 살사는 ‘쿠바식 막춤’이다. 기본 스텝만 익힌다면 처음 보는 상대와도 커플댄스를 출 수 있다. 8박자가 1set인 춤으로 템포에 따라 기본 스텝을 밟거나 전신을 돌리는 턴 등 기술을 가미해 춤의 속도감이나 화려함을 더할 수 있다.

▲ 살사댄스를 연습 중인 박상혁 SBS PD

“살사는 댄스 스포츠와 달라요. 템포의 비중이 크죠. 또 다들 댄스 스포츠 선수가 되려는 게 아니라 그야말로 살사를 즐기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잖아요. 방송사에서 PD로 지내다보면 늘 같은 사람, 같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살사를 통해 다양한 세계 속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죠.”

박 PD는 살사에 입문하고서 몸에 붙은 스텝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튀어나왔다. 편집실에서도 수시로 스텝을 밟았다고 한다. 심지어 해외 출장일 경우에도 살사 바(bar)를 검색해 들렀다. “나라마다 살사 바의 분위기가 각각 다르거든요. 일본에 출장 갔을 땐 일 끝마치고선 뒤풀이 대신 후다닥 록본기의 살사 바로 가서 춤추고 왔죠.”(웃음)

또 한창 살사에 푹 빠졌을 때인 2007년도까진 발표회나 대회에 연이어 출전했다. 박 PD는 “보통 대회는 수개월 준비하는데 동대문에서 같이 의상을 고르거나 슈즈를 맞추는 과정에서 대학 때로 돌아간 것처럼 재미가 쏠쏠했다”라고 언급한 뒤 “편집을 부랴부랴 끝내고서 새벽 2~3시까지 연습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하는 에피소드도 벌어지곤 했다. “발표회 때문에 파트너랑 막판 연습을 맞춰봐야 하는데 마땅한 공간이 없더라고요. 결국 홍대 지하철 플랫폼에서 카세트 틀어놓고 춤췄죠. 주위 사람들이 왜 저러나 싶은 눈으로 쳐다보긴 했지만 워낙 발등에 불 떨어진 상황이었죠.”(웃음)

이처럼 그가 살사에 푹 빠지게 된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단연코 “누구나 어디에서나 쉽게 출 수 있는 춤”이라고 말한 뒤 “스스로도 춤추면서 많이 밝아졌고 인생이 즐거워졌다”고 덧붙였다. 살사 덕분에 박 PD는 <강심장> 대기실에서도 출연진들과 대화의 물꼬를 트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고 자신의 삶에서도 활력소가 된다고 한다.

“<강심장> 연출을 맡으면서 워낙 일이 바쁘다보니 춤을 많이 못 췄어요. 요즘엔 살사를 전파시킨 동료 작가들이 더 살사에 빠져있죠.” 박 PD는 MBC <댄싱위드더스타>를 방청으로 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다 결국 그날 살사 바(bar)로 직행했다는 후문이다.

박 PD는 인터뷰를 갈무리하면서도 ‘살사’에 대한 예찬론을 펼쳤다. 이어 기자에게 인터뷰가 끝나고선 직접 시범을 보이며 살사의 기본 스텝을 밟는 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유쾌한 에너지로 똘똘 뭉친 박 PD는 동료 PD들을 향해 한 마디를 남겼다. “닫힌 편집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PD분들, 활짝 열린 살사의 세계로 지금 당장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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