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298세대, 파괴적 문화 창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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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298세대, 파괴적 문화 창조자들
  •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 승인 2012.01.16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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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한국 사회의 이념지형도를 바꾼 386세대, 그리고 청년실업 세대의 우울한 초상 88만원세대, 사회적 성취를 이룬 세대와 극한의 패배감을 맛본 세대, 이 두 세대 중간에 298세대가 있다. 두 세대 사이의 낀 세대(386에서 88을 빼면 298이다)이지만 이제 30대 초반에서 40대 초반인 이들을 주목할 때가 되었다(1970년대생 90년대 학번).

386세대가 정치세대, 88만원세대가 경제세대라면, 서태지세대인 이들은 문화세대이다. 1980년대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팝문화와 미국드라마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가 1990년대 들어서 서태지 등 한국적 대중가요로 <질투>, <마지막 승부> 등 트랜디드라마로 <결혼이야기> 등 기획영화로 제작되면서 대중문화가 꽃피우던 시기에 이들은 20대를 보냈다.

어학연수와 배낭여행, 그리고 교환학생 제도 등으로 외국문화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던 시기도 바로 이 세대다. 부모가 농사를 짓더라도 자녀를 외국에 보내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대였다. 최고의 호황기였기 때문이다. 모두들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한국사회는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IMF 구제금융 때 ‘한국은 샴페인을 일찍 터뜨렸다’고 했는데, 일찍 터뜨린 샴페인을 맛본 세대였다.

PC통신 1세대로 인터넷과 함께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들이 요즘 주목받고 있다. 홍대 청소노동자 파업, 반값등록금 집회,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운동 등 지난해 벌어진 크고 작은 사회 이슈에 이들이 대중과의 소통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총선과 대선이 있는 올해에도 우리 사회의 미드필더인 이들의 역할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386세대에게 어울리는 말이 ‘리더’였다면 298세대를 설명하는 말은 문화적 ‘아이콘’이다. 이들은 이끄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는 것으로서 증명한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만화가 강풀, 디시인사이드 김유식, 토크콘서트 탁현민, 노무현 노제 김제동, 날라리외부세력 김여진, <지식채널e>의 김진혁... 이들은 ‘아이콘’으로 존재하면서 유형·무형의 영향을 준다.

298세대 ‘아이콘’의 특징은 이미 존재하는 기존의 길에서 엘리트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고 창조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1박2일>의 나영석 PD는 예능프로그램의 새로운 길을 개척해서 PD가 출연자보다 유명해지는 스타PD의 시대를 열었다. 기존의 스튜디오 예능이 집도 절도 없는 아웃도어 예능으로, 리얼버라이어티 예능으로 진화하는 데 한 획을 그었다.

강풀과 메가쑈킹 등 웹툰 작가들은 이전의 만화 유통 체계인 대본소 시스템에 의지하지 않고 인터넷에 만화를 올려 유명해졌다. 유명 만화가 밑에 들어가서 문하생을 한 것도 아니다. 만화계에서 새로운 길을 멋지게 개척한 뒤에도 강풀은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고 메가쑈킹은 쫄깃센터를 건립하고 게스트하우스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다.

김여진과 김제동은 ‘소셜테이너’의 길을 보여주었다. 둘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대중과 소통하면서 연예인의 사회참여에 있어서 전형을 만들었다. 기존에는 연예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면서 얼굴마담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은 과감히 사회 이슈에 뛰어들어 대중을 이끌고 대중과 함께 했다.

디시인사이드의 김유식과 미디어다음의 김태형은 ‘이슈의 야시장’을 구축했다. 기존의 신문 방송이 하던 역할을 인터넷이 대체했는데 그 플랫폼을 깐 주역이 바로 이들이다. 매스미디어의 뉴스와 논조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고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의견을 활발하게 개진하는 세대가 출연하도록 이끌었다. 이런 역할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가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 고재열 시사IN 문화팀장
EBS 김진혁과 KBS 김영선은 <지식채널e>와 <단박인터뷰>로 짧고 굵은 스팟프로그램 모형을 만들었다. <지식채널e>는 지식을 재해석했고, <단박인터뷰>는 인터뷰를 재해석했다. ‘나는 꼼수다’ 콘서트를 연출한 탁현민은 ‘토크 콘서트’와 ‘시사 콘서트’라는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를 개척하며 콘서트를 재해석했다.

386세대의 정치적 영향력에 버금가는 298세대의 문화적 영향력이 올해 총선과 대선에서 미칠 것으로 본다. 88만원 세대와 가장 잘 소통하고, 386세대의 진지함을 그대로 이어 받은 이 세대, 이제 30대 초반~40대 초반으로 우리 사회의 미디필더인 이 세대가 올해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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