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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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드림’은 없다
[글로벌]LA=이국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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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1.1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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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이국배 통신원/ 자유기고가
퓨리서치가 지난해 12월 6~9일 사이 미국의 성인남녀 204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부자는 왜 부자인가’라는 질문에‘적당한 사람을 알고 있거나 돈 많은 집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한 미국인(46%)이 가장 많았다. ⓒ퓨리서치

미국인들의 미국 사회에 대한 생각이 변화하고 있다. 퓨 리서치가 새해 들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 3명 중 2명(66%)은 계층 간 갈등이 ‘매우 심각’하거나 ‘심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미국 성인남녀 2043명 대상, 신뢰도 ±2.9%p)

이러한 결과는 경제위기가 시작된 지난 2009년 이후 19%나 증가한 수치이며, 3년 전만 해도 흑백간의 인종 문제가 더욱 심각한 사회 문제라고 생각했던 미국인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들 보다 더 많았던 것에 비하면 가히 급격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 ‘부자는 왜 부자인가’라는 질문에 ‘적당한 사람을 알고 있거나 돈 많은 집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한 미국인(46%)이 가장 많았다. ⓒ퓨리서치
계층 간 갈등 문제는 이제 미국 사회에서 인종 문제나 이민자 문제, 그리고 세대 간 갈등 문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최우선 순위를 갖는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다. 과학적 설문조사가 시작된 이래, 지금처럼 많은 미국인들이 계층 간의 위화감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지난 수년간의 세계적 경기 침체는 계층 문제가 마치 인종 문제였던 것처럼 언제나 환치되어 인식되던 미국인들에게 그 허상의 본질을 명확히 드러내 주는 일종의 교육 과정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해 하반기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월가 점령 ’시위는 단순히 일부 급진적 청년들의 소아적인 시위가 아니라 대다수 미국인들의 정서를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되어야 한다.

통계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계층 간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연 가계수입 2만 달러 이하의 저소득층은 64%에 그쳤다. 반면, 가계 수입 2만 달러에서 7만 5000달러까지 이른바 중산층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인들의 71%가 계층 간 갈등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가계수입 7만 5000달러 이상의 비교적 안정적인 생활을 구가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67%도 이에 동의했다.

18세에서 34세까지의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열 명 중 일곱 명 이상(71%)이 이렇게 답했고, 놀랍게도 50세 이상 65세 이하의 중장년층 67%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종적으로도 흑인의 74%, 백인의 65%가 마찬가지의 생각을 보였다. 특히 백인의 경우에는 2년 전에 비해 자그마치22%가 상승했다.

▲ LA= 이국배 통신원/ 자유기고가
더욱 놀라운 사실은 미국인들이 미국 사회가 갖는 ‘부의 정당성’에 대해 회의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부자는 왜 부자인가’인가라는 질문에 ‘적당한 사람을 알고 있거나 돈 많은 집에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46%)가 ‘열심히 일했거나 야망을 갖고 있었거나, 교육을 받은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43%)를 앞섰다.

미국인들의 정서가 변화하고 있다. 자본의 세계화에 따른 지속적 성장, 대외적 패권주의, 그리고 노예제와 이민 정책 등으로 가려졌던 ‘아메리칸 드림’의 실상은 사실은 ‘나’의 현실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고 있다. 이제 과거에 회자되던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에 더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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