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말이 통하지 않는 언론, 길 잃은 언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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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말이 통하지 않는 언론, 길 잃은 언론사
  • PD저널
  • 승인 2012.02.0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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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의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선언한 데 이어 노동조합에서도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명박 정부에서 벌써 네 번째 파업이다. 그동안 거듭되는 공정방송의 요구에도 움쩍도 하지 않는 정권과 경영진의 태도로 인해 피로감 내지는 패배주의에 빠져들 법한데도 또다시 파업에 나선 데에는 더 이상 공영방송의 추락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일종의 ‘절박감’이 묻어나고 있다.

MBC조합원들 스스로 밝힌 것처럼, 불과 몇 년 사이에 공영방송 MBC가 ‘MB씨 방송’이라는 조롱거리로 전락해가는 과정에서 ‘침묵하면서 동조하고, 냉소하면서 방조했고, 괴로워하면서 자기 합리화’를 해 왔던 언론인들이 ‘모든 것을 걸고’ 위기의 주범인 김재철 사장 체제를 종식시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노조 파업에 앞서 90%이상의 기자들이 제작거부를 결의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쯤되면 김재철 사장이 책임을 통감하고 물러나야 하는 것은 상식이요, 순리다.

MBC의 문제는 물론 정권의 방송장악 의도와 직결되어 있다. 하지만, 보다 직접적인 원인은 언론사 내부에서 찿을 수 있다. 말로 먹고 사는 언론사에서 말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데서 생겨난 문제인 것이다. 당초 기자회가 요구한 것은 뉴스의 신뢰도 하락을 불러온 보도 책임자들을 교체하고 공정보도를 위한 시스템을 재정립하자는 것이었다. 일반 국민들도 아니고 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기자들 스스로가 방송이 불공정하다고 느꼈다면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이 있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 언론인들의 목소리를 ‘정치파업이자 불법파업’으로 몰아붙이는 MBC 사측의 대응 방식은 언론의 본질을 스스로 외면하는 반언론적 행태에 다름 아니다.

언론은 말을 먹고 자란다. 말을 통해 정보를 유통시키고, 흩어진 개인을 사회 속에 결집시키고, 말의 논리를 통해 상식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만일 말이 통하지 않게 되면 힘과 폭력의 논리가 대신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적 가치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비단 MBC 뿐만 아니라 KBS와 한국 언론 전반에서는 언론사 내부에서 말의 논리, 말에 의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가치의 전도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그것은 정치권력과 자본의 대리인들이 경영권 혹은 인사권의 이름으로 언론사 내부에서부터 말의 소통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MBC 언론인들의 싸움은 언론사의 ‘내적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정당한 투쟁이다. 언론의 자유는 그냥 주어지지 않으며 싸워서 얻어내야 할 선물이다. 지금 이 순간 침묵과 냉소에 머물고 있는 이 땅의 언론인들은 MBC의 투쟁에서 용기를 얻고, 그들과 함께 힘을 모아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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