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KBS의 이중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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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KBS의 이중잣대
  • 박수선 기자
  • 승인 2012.02.14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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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김진숙 지도위원 강연이 열릴 예정인 KBS 본관 앞에 9일 밤 대형버스로 '차벽'이 만들어졌다. ⓒPD저널

방송인 김제동, 법륜 스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대중적인 인지도와 명망을 갖춘 이들이 최근 KBS의 높은(?) 문턱을 실감했다.

김제동 씨의 ‘토크콘서트’는 정치적 목적의 행사라는 이유로 KBS로부터 대관 취소라는 판단을 받았고 비슷한 시기 법륜 스님 강연도 대관 연기 논란이 일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KBS는 재논의를 거쳐 법률 스님 강연을 예정대로 진행하기로 했다. 언론노조 KBS 본부의 초청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사측이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 노사간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까지 갔다.

이들이 연달아 이런 논란을 겪은 것은 우연일까. 공영방송에서 더군다나 공개홀이라고 이름 붙여진 시설을  특정인에게 ‘비공개’했다면 분명히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KBS가 김제동의 ‘토크콘서트’를 정치적 행사로 규정한 시점은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참석한 행사부터다. 그리고 공교롭게 법륜 스님은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멘토로 알려져 있다. 범야권 대선 주자와 직간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공통점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또 대중들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고공농성을 벌이면서 재벌권력과 장기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을 철의 여인 이라고 부른다.

‘토크콘서트’ 대관 보류에 대한 입장에서 밝힌 대로 “공영방송으로서 엄정한 중립을 지켜야 한다” KBS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총선과 대선이 예정된 올 한 해 동안 ‘공정성’, ‘중립성’ 이라는 가치를 한층 엄격한 잣대로 실현하겠다는 예고로도 들린다. 하지만 ‘중립성’을 강조하고 나선 KBS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대상이 유독 현재의 정치권력과 긴장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인 규칙을 공정하게 적용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KBS는 ‘G20', ‘4대강’, ‘자원외교’ 등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정책을 다룬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방송했다. 제작진이 모르거나 거부한 ‘하향식’ 아이템이 외주 제작을 거쳐 결국 방송 되는 관행이 생길 정도로 ‘관제성 프로그램’은 빈번했다. 그리고 이런 방송은 이번 정부 내내 KBS의 신뢰성을 흔들었다.

지난 12일 방송된 KBS1TV <KBS스페셜> ‘아덴만의 용사들, 밀착취재 청해부대’도 ‘제작진의 반발’과 ‘외주제작’ 등 ‘관제성 아이템’의 충분조건을 갖춘 프로그램이었다. 지난해 1월 ‘아덴만 여명 작전’을 수행한 청해부대의 훈련과정과 생활상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백발백중의 사격실력과 ‘인간 병기’로 단련된 대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첨단 무기와 실전을 방불케하는 사격 훈련 장면은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사실적이었고 자국민의 안전을 짊어진 부대원들의 얼굴엔 결연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1년이 지난 ‘아덴만 여명 작전’에 재평가나 왜 우리나라 해군이 머나먼 소말리아 해역까지 지키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는 답을 해주지 못했다. 방송은 ‘아덴만 여명 작전’ 1주년 기념 방송이 될 것이라는 <KBS 스페셜> 제작진의 우려대로 ‘청해부대’의 활약상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KBS가 총선을 앞두고 강조하고 있는 엄정한 중립성과 공정성을  보도와 방송에서 어떻게 보여줄 지는 두고 봐야 될 일이다.  하지만 KBS가 ‘중립성’, ‘공정성’을 외치면서 안으로는 ‘눈치보기’ 보도와 ‘관제 프로그램’ 논란을 양산하는 일이 반복된다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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