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눈] 논리의 시대는 저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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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눈] 논리의 시대는 저물고
  • 박유림 EBS PD
  • 승인 2012.02.15 13:5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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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림 EBS PD

도대체 그는 왜 이러는 걸까. 서울대 법대 졸업에 하버드 법학대학원 석사, 잘나가는 국회의원이(었)던, 이력으로만 따지자면 그 누구보다 ‘논리왕’이어야 할 강용석. 하지만 이 분의 행동은 논리적으로 설명이 안 된다. 사람들을 충동질하고 감정적으로 만든다. 그에 대해서라면 누구나 한마디씩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데 그 순간, 우리는 강용석에게 딱 걸린 거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충동질해 그가 얻고 싶은 걸 얻는다. 무명보다 낫다는 악명.    

요즘 잘 나간다는 김어준. 그의 책 〈닥치고 정치〉를 보면 강용석의 비논리적 행보도, 김어준의 흥행이유도 설명이 된다. “…이건 논리적 추론이 아니라 정서적 직관의 영역이지. 내가 자꾸 ‘느낌’을 이야기 하는 이유다. 대중정치는 사실 이 영역에서 결정되거든. 진보진영에선 정치가 논리의 영역에서 결정될 거라 생각하지만….”

김어준은 대중이 궁금해 할 만 한 사안들을 정확히 짚어낸다. 사람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움직일만한 것들을 이슈화하는 동물적 감각을 지녔다. 논리적으로 수긍이 가는 지점이 아니라 마음이 움직이는 지점을 알고 있다. 감정의 영역에서 결정되는 것이 비단 정치만일까. 인간계에서 결정되는 일들 가운데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얼마나 있나. 그런 점에서 ‘감정’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중요성이 사회에 만연하게 된 지금은 바야흐로 ‘감정의 시대’. 아…난 완전한 논리교육의 총아인데.

초등학교 2·3학년 때인가 〈논리야 놀자〉라는 책을 위시한 총천연색 논리 시리즈들이 출간됐고 동시에 마치 전등스위치를 켜듯 교육의 모든 지점에 ‘논리’의 불이 켜졌다. 각종 논술교육이 성행했고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도 되지 않는 신문의 사설을 몇 년이고 베껴 써야 했다. PD가 되기 위한 준비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공채시험에 ‘논술’ 지필고사는 물론이거니와 실무능력 평가에서는 ‘토론’과 같은 논리전쟁터도 거쳐야 했다.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일을 하는 PD에게 ‘논리’는 필수적이라는 판단이었으리라.

아마도 ‘감정적’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뉘앙스는 다분히 논리교육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하지만 ‘전달’이니 ‘이해’니 하는 것이 결국에는 상대의 동의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정’이 ‘논리’보다 효과적인 소통방식이 아닐까?

▲ 박유림 EBS PD

이른바 이 시대의 논객들, 유시민 전 장관이나 진중권 교수에 대해 ‘옳은 말씀이나 왠지 동의하기 싫다’는 대중의 평가는 ‘논리’가 가지고 있는 부작용의 좋은 예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러한 이유로 〈100분 토론〉에서도 감정적으로 이야기하자는 건 아니고. 최근 논리에서 감정으로 모드전환이 필요함을 느끼고 관련 실용서적을 한 권 샀다. 이 책에서는 감정으로 설득할 때 상대의 마음을 여는 마법과 같은 첫 문장이 있다고 한다. “요즘 어떻게 지내십니까?” 아. 이걸로 충분한 것인가? 상대의 감정을 헤아리는 일은 정말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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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영 2012-02-15 19:16:53
설마 전라도 분은 아니겠지요?

박준영 2012-02-15 14:53:06
무엇이 두렵길래...? 진실이 두려운가요...? 진리를 찾아보시죠...?

김재영 2012-02-15 14:35:19
박유림씨 고향이 어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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