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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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가 환골탈태의 몸살을 앓고 있다. 김채철 사장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MBC 파업은 벌써 보름째 계속되고 있다. KBS 기자들은 ‘징계 철회’와 ‘보도본부장 임명 철회’를 위한 제작거부 찬반투표를 15일부터 실시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1월 말에는 방송계에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며 방통대군이라 불리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측근 비리로 물러났다. 온갖 제도적 특혜를 받고 작년 말 개국한 지 두 달째인 종편 채널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이 모든 사태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MB정부가 구축한 철옹성 같던 정권 편향적, 수구기득권 지향적 방송체제가 요란한 파열음을 내며 무너지고 있다는 것.

MB 방송체제 궤멸 징후 반대편에는 새로운 대안방송의 흐름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 대다수의 국민은 이미 오래 전부터 MB식 방송 체제에 염증을 느껴왔다. 그들의 기존 매체 거부선언은 대안 매체로의 전향을 불러왔다. 모바일 미디어를 활용한 대안 시사프로그램들이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나는 꼼수다’를 시작으로, 유시민과 노회찬의 ‘저공비행’, 해직기자들이 주축으로 제작하는 ‘뉴스타파’, 정치평론가가 진행하는 ‘이슈 털어주는 남자’ 가 한국 사회의 의제 선정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오죽하면 나꼼수의 영향력이 조중동 전부를 합친 것보다 두 배가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을까.

MB정권 들어 국민은 수구기득권·재벌중심 정치경제 체제, 편협한 이념에 사로잡혀 감정적 대결 위주로 재편된 분단체제, 승자독식과 무한경쟁 원리로 피폐해진 개인의 삶에 대한 거부의사를 표시하고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MB체제에 대한 비판을 접고 옹호해온 기존 수구활자매체와 공정성을 상실한 방송에 대한 거부와 저항도 대세가 돼버렸다. 방송계 내부의 자기부정과 혁신도 MBC의 파업을 시발로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방송프로듀서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2012년의 남은 10개월 동안 방송의 정치적 독립, 방송의 공정성을 되찾아 와야 한다. 수구 기득권 끄나풀들이 눌러 막고 움켜쥐고 있는 권력 비판의 기능을 되살려야한다. 권력은 이미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무력감을 떨쳐버리고 재벌체제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해야 한다.

5대 재벌이 국민총생산의 60%를 과점하는 경제적 불평등을 방치하고 공정한 경쟁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꿈을 접어야 하는 젊은 세대에게 꿈과 희망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87년 민주화 이후 극대화한 시장만능주의의 부작용을 극복할, 해결책을 모색하고 논의할 사회적 공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싸움이 시작됐다. 이번의 진검승부에 우리는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저기 끝이 보이는 콘크리트기형 수구정권의 잔해를 치우고 2013희망의 방송체제를 새로 건설해야 한다. 막 시작된 전초전을 하나씩 차근차근 승리로 이끌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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