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행의 편지] ‘프로퍼블리카’의 길, 현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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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나꼼수’이래 팟캐스트의 홍수시대가 도래했다는 요즈음, 저를 포함한 몇몇의 해직자, 언론노조 파견자, 그리고 현직언론인과 자원봉사자가 함께 해서 만든 뉴스프로젝트입니다. 이제 단지 네 차례의 주간단위 방송을 했을 뿐이니 스스로 무어라 말하기도 어렵지만, 매회 수 십만의 시청자가 몰려드는 현상을 보면서, 이러한 대안언론이 일시적 유행일지 아니면 시대의 도도한 조류일지 제 자신도 가늠키 어렵습니다. 다만, 어쩌다 주류를 벗어난 자가 변방에서 목도하고 경험하는 새로운 변화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이름이 두 가지 있습니다. 제가 애써 알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그저 ‘뉴스타파’ 방송이 시작된 직후 트위터나 인터넷상의 공론장, 그리고 신문지면에서 거론된 말입니다. ‘애리조나 프로젝트’, 그리고 ‘프로퍼블리카’.

전자는 1976년 애리조나 리퍼블릭 탐사전문기자 돈볼스가 취재원의 테러로 숨진 직후 미국 전역에서 탐사전문기자들이 참여해 후속 보도를 완수해 낸 일을 말합니다. 후자는 2007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언론재벌 머독에게 넘어가자 이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편집장 폴 스타이거가 주변인들과 함께 만든 온라인 매체입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이라는 원칙에 충실한 심층보도로 현실의 개혁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합니다.

▲ <뉴스타파> 1회 방송의 한 장면. 이근행 PD가 정연주 전 KBS 사장을 인터뷰하는 모습. ⓒ<뉴스타파> 화면캡처

우리에게는 왜 그런 저널리스트들간의 연대에 기반한 공동 프로젝트가 없었을까, 왜 권력에 맞서 스스로를 던지는 편집책임자는 없었을까, 아쉽기도 합니다. 명색이 ‘민주화’된 나라에서, 권력으로부터의 독립도,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도, 언론 내부로부터의 혁신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던 지난 25년. 그들의 형편과 우리의 형편이 비록 다른 것이었다 할지라도 우리 언론의 위기가 더 심했으면 심했지 그들의 경우가 더 심했을 거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다행이라 해야 할지, 어쩌면 필연적으로 예정된 일이라 해야 할 지, 지금 KBS, MBC 양대 공영방송을 되살리기 위한 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정권의 희생양이 되어버린 YTN의 저널리스트들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싸움도 시작되었습니다. 국민일보와 부산일보의 싸움 또한 사주로부터의 독립과 편집권 독립을 위한 싸움입니다. ‘프로퍼블리카’의 길입니다.

모두 이겨야 합니다. 이겨서, 그들이 이 땅의 ‘프로퍼블리카’의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권력과 자본에 대한 감시가 밖으로 떠도는 자들의 몫이 아니라, 내부에서 일하는 저널리스트의 당연한 사명으로 공유되어야 합니다. 대의와 명분에 충실한 일이니 그 끝은 그리 되리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뉴스타파’ 제작을 위해 취재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대개가 주류언론이 회피했던 문제나 인물들입니다. 한과 눈물로 가득 찬 사람들입니다. ‘삶은 고단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탓에 가능하면 밝고 희망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하지만, 결국에는 미담보다 고통을 먼저 보게 됩니다. 이 어쩔 수 없는 편향을 취향이라고 스스로 치부하기엔 세상은 아직 천지가 고통입니다. 아직, 그 눈물 속에 보석같은 진실과 정의가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근행 전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개인적인 각성도 하게 됩니다. 변방에서 ‘뉴스타파’를 제작하면서 우리가 우리 스스로에게 던진 화두가 있습니다. ‘현장으로’입니다. 출입처가 있다거나, 취재 네트워크가 있다거나 하는 게 아니고 불과 네댓 명의 취재인력으로 뭐 달리 방법이 없긴 하지요. 그러나 달려간 현장에서 우리는 풍부한 현실과 직면하게 됩니다. 잠든 야성과 직면하게 됩니다. 지금 그것을 제 스스로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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