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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파업의 계절이다. 공영방송 정상화와 김재철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전국언론노조MBC본부(이하 MBC노조)의 파업이 21일 현재 23일째를 맞았다. 이번 파업에 임하는 MBC 구성원들의 열의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평 조합원은 물론 보도국 간부 3명이 보직을 던지고 파업에 동참했고, 1987년에 입사한 25년차 부장급 논설위원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럼에도 MBC 사측의 반응은 무리수의 연속이다. 논설위원실장과 <100분 토론> 진행 등을 맡으며 숱한 편파 시비를 불러온 인물을 보도국장에 임명했으며, 파업 중인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 시위, 임직원 출근저지 등의 행위를 금지해 달라며 법원에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또한 김재철 사장이 10일 이상 회사로 출근하지 않자 노조가 '사장을 찾는다'는 내용의 전단을 시민들에게 돌린 것에 대해 노조위원장과 홍보국장을 명예훼손으로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사측의 ‘꼼수’성 대응에도 불구하고 MBC노조의 파업은 시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 지난 17일의 파업 지지 콘서트 ‘으라차차! MBC’에는 2000여 명의 시민들이 공연장을 채웠고 김제동, 김미화, 이한철, 이은미 씨 등이 출연료를 받지 않고 무대에 올랐다. 또한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출연진, 작가 이외수, 배우 정찬 씨 등이 연이어 지지 의사를 밝혔으며 SNS(소셜네트워트서비스) 등을 통해 많은 일반 시민들도 MBC노조와 공감하며 연대하고 있다.

공정방송을 살리기 위한 언론인들의 파업은 점점 더 확산될 예정이다. KBS기자협회는 부당징계 철회와 신임 보도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젊은 기자들 뿐 아니라 박유한 KBS <뉴스광장> 앵커와 김철민 <뉴스12> 앵커, 유석조 경제부 팀장, 이창룡 라디오뉴스제작팀장 등 90년대 초반에 입사한 KBS 중견기자(19기~25기) 73명도 지난 10일 연명으로 성명을 내어 “후배들 앞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며 부당징계와 보도본부장 임명을 당장 거두라고 촉구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도 역시 징계 철회와 김인규 사장 퇴진 등을 요구하며 지난 17일부터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6명의 해고자 복직과 배석규 사장의 연임반대운동을 펼치고 있는 전국언론노조YTN 본부도 노사 간 임금협상이 결렬되어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유례없는 방송 3사 동시 파업이 임박해오고 있다. MBC, KBS, YTN의 세 노조는 이미 공동 연대 투쟁을 천명했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정권 편향 보도와 공정방송 파괴는 대한민국 언론사에 길이 남을 오욕(汚辱)이 될 것이다. 방송인들의 이번 파업 투쟁은 부끄러운 현재에 대한 처절한 참회이자 다시는 이런 일들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각오일 것이다. 더 이상의 후퇴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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