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석규라는 구악(舊惡) 청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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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리가 파업을 하는 이유 ③] 김종욱 언론노조 YTN지부 위원장

KBS, MBC, YTN 노동조합이 초유의 연쇄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 3사 노조는 모두 사장퇴진과 공정방송 쟁취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인규 KBS 사장, 김재철 MBC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의 공통점은 정권편향적인 인사라는 데 있다. 3사 동시파업은 지난 4년 간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PD저널〉은 오는 3월 방송 3사 총파업 국면을 맞아 현재 한 달 째 파업을 이끌고 있는 정영하 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 내달 6일 파업에 돌입하는 김현석 KBS본부 위원장, 29일 파업 찬반투표를 종료하는 김종욱 YTN지부 위원장을 만나 파업 이유와 그 의미를 물었다. 〈편집자 주〉

- 파업을 하게 된다면 몇 년 만의 파업인가.
“YTN 역사상 첫 파업이었던 2008년과 2009년 이후 3년 만이다. 첫 파업에선 낙하산 구본홍 퇴진을 요구했고, 당시 해고자 6명 포함 33명이 중징계를 받았다.”

- 파업에 나서는 이유는.
“사장 자격이 없는 사람이 연임을 하려고 한다. 연임을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내달 9일이어서 일단 연임저지가 급선무다. 현 배석규 사장은 ‘편 가르기’ 인사를 일삼았고,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며 보도를 통제했으며 노조의 주장은 무조건 반대했다. 임단협 승리쟁취 못지않게 조합원들에게 절실한 문제는 해직자 복직이다. 그러나 배 사장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노조는 배석규 사장이 상징하는 구악(舊惡)을 청산할 생각이다.”

- 배석규 사장의 어떤 점이 문제인가.
“배 사장은 YTN이 케이블 시청률 1위라고 하면서 불공정 보도를 반복하고 있다. 배 사장은 2009년 사장 임기를 시작하자마자 보도국장 추천제를 일방적으로 폐기했다. 7년 가까이 보도국장 추천제가 잘 진행돼 왔지만 일방 폐기로 인해 보도국장 선임에는 더 이상 보도국 구성원 의견이 반영될 수 없었다. 그 자체로 이미 공정방송의 틀이 무너졌다. 이후 편파보도 사례가 쏟아졌다. 2011년 초에는 박원순 인터뷰가 불방 됐고, 최근엔 BBK 관련 아이템이 못 나갔다. 정권에 불리한 보도는 계속 보류됐다.”

▲ 김종욱 YTN 노조위원장. ⓒPD저널
- 배석규 사장을 ‘낙하산’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낙하산 사장이라는 이름도 아깝다. 배 사장 직전에 있었던 구본홍씨는 강화된 공정방송협약을 체결하기라도 했다. 그런데 낙하산을 몰아내고 겨우 들어온 사람이 공정방송협약의 정신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는 인사다. 낙하산보다도 더 심한 사장이다.”

- YTN은 2008년 파업 이후 상처가 크다. 다시 파업하기 어렵지 않나.
“파업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두려움도 크다. 그러나 두려움보다 절박함이 강하다. 지난 4년 간 공정방송은 훼손됐고, 해직자들의 복직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장을 황제골프 논란에 휩싸였다. 그런 자가 연임을 시도하는데 손을 놓고 방관한다면 YTN 구성원 모두가 죽는다는 절박함이 있다. 승리 가능성에 대해 회의론도 있을 수 있지만, 걱정만 하며 앉아있을 수는 없다.”

- 해직기자 복직에 대한 사내 정서는.
“일부 간부들도 해직기자 6명의 복직을 원하고 있다. 그만큼 복직에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지금 시점에선 복직을 스스로 이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복직을 가로막거나 침묵하는 세력에 의해 4년이 흘렀다. 공정방송투쟁이 1000일 넘게 지속 될 수 있었던 힘은 역설적으로 해직기자들 때문이었다.”

- 동시파업의 의미를 어떻게 보나.
“낙하산으로 임명된 사장들은 권력의 하수인을 자처하며 부역했다. 보도투쟁을 하던 사람마저 시간이 지나면서 지쳤고 자기검열도 늘었다. 3사 파업은 언론인들이 더 이상 외부의 탓을 하지 않는 대신 스스로 깨쳐 나가며 언론자유를 위해 연대하는 것을 뜻한다. 소망하는 사람은 스스로 행동해야 한다. 현실은 서글프지만 이제는 상식적인 것들조차 우리가 싸워서 쟁취하지 않으면 얻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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