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뱅클럽’: 프레임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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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감기] 신지혜 CBS 아나운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 사진에 찍힌다는 것.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카메라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다. 사진을 찍고 결과물을 보는 과정도 엄청나게 간단해졌고 사진 한 장을 손에 넣는 과정이 엄청나게 쉬워졌다.

그런 시대에 사는 당신, 그런 당신에게 사진 한 장은 어떤 의미일까?

다툼이 있는 곳에 싸움이 있는 곳에 분열이 있는 곳에 내전이 있는 곳에 그들이 있다. 우리가 사는 곳과 멀리 떨어진 어느 곳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끔찍하고 섬뜩한 살육의 현장에 그들은 달려간다. 그리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은 그 험하고 무서운 곳에서 셔터를 눌러대는 것일까.

▲ 영화 ‘뱅뱅클럽’ 포스터
영화 <뱅뱅클럽>은 당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한 장의 보도사진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빈에게로 초점을 맞혀보자. 아마 당신도 그의 사진을 본 적이 있거나 알고 있을 것이다. 수단에서 찍은 그 사진, 기아로 인해 참혹하게 마른 어린 소녀가 기운이 없어 머리를 무릎에 떨군 채 앉아있고 소녀로부터 멀지 않은 곳, 마치 소녀의 죽음을 기다리는 듯 독수리 한 마리가 앉아있는, 그 사진 말이다. 케빈은 이 한 장의 사진으로 수단의 참혹한 현실을 전세계에 알렸고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진이 무엇을 말하는가, 그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 사진을 보고 우리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보다는 사진을 찍을 때 독수리를 날려 보냈어야 하지 않았는가, 사진을 찍고 소녀를 구해주었는가 하는 질문의 화살을 케빈에게 마구 쏘아댔다. 그 질문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 질문은 초점을 벗어나 있다. 그리고 결국 그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케빈은 인간에게 닥친 참상의 일부를 고발한 그 사진을 찍은 공로보다는 윤리적인 딜레마에 빠져 괴로워하다가 세상을 떠나고 만다.

영화는 제임스 낙웨이의 사진으로 우문에 현답을 보낸다. 또 다른 폭동 지역, 한 남자가 극도의 공포에 질린 채 무리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손을 내밀면 남자에게 닿을 듯한 거리에서 폭도들은 온갖 흉기를 들고 남자를 쫓는다. 눈앞으로 도망쳐오는 남자. 제임스 낙웨이는 그 장면을 정면에서 카메라에 담았다. 당신은 이에 대해 무어라고 말할 텐가.

사진을 찍은 후 낙웨이는 무릎을 꿇고 남자의 목숨을 애원했다. 20분간. 하지만 무리는 결국 남자의 생명을 앗았다.

▲ 신지혜 CBS 아나운서/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눈앞에 펼쳐지는 참혹한 장면을 어떻게 찍고 있을 생각을 하느냐고 어떤 이들은 말하지만 그들은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 하지 않는다. 그 장면을 찍는 포토 저널리스트들이 사진을 찍는 이유를 말이다. 말로 백 마디 떠드는 것보다 현장에 가서 직접 참상을 목도하고 셔터를 누르는 것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행동인지, 그렇게 찍은 사진 한 장으로 엄청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알려 하지 않는다.

당신에게 사진 한 장은, 어떤 의미일까.

프레임에 담긴 커다란 이야기를, 당신은 얼마나 읽어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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