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영방송 파업과 ‘낙하산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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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3대 요소라면 정치권력, 자본권력, 사주로 일컬어져 왔다. 민주주의가 발달하면서 정치권력이 언론의 눈치를 보는 사이 재벌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권력이 언론자유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런 인식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어느 정도 현실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집권과 함께 정치권력의 언론장악은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가장 먼저 ‘공정성과 신뢰도 1위’를 차지하던 KBS 정연주 사장을 무리하고도 불법적으로 쫒아냈다. 정 사장을 해고시키기 위해 국세청, 검찰, 감사원, 방송통신위원회, 교육부 등 수많은 국가기관이 동원됐다.

지난 달 정 전 사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을 통해 ‘해임무효’ 통보를 받았다. 정치권력에 동원됐던 국가 공조직들이 거꾸로 불법 해고라는 횡포를 저질렀다는 판결을 받은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그 참모들은 정 사장을 불법으로 내보낸 뒤 선거캠프에서 활동하던 현재의 김인규 사장을 KBS에 ‘낙하산’으로 투입했다. 구성원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정치권력의 힘은 강했다.

또 다른 강력한 공중파 방송 MBC도 손보기 시작했다. 낙하산 인사를 투입하는 대신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권력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내부 인사’ 낙점 방식을 택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김우룡 당시 방송문화진흥원 이사장은 청와대 ‘조인트 발언’으로 얼마나 밀실에서 음험하게 사장 선임이 이뤄졌는가를 신동아 기자를 통해 밝혔다.

▲ KBS기자들이 지난 2일 제작거부에 들어가면서 공정 보도를 지키기 못한 데 대한 사과를 하고 있다. ⓒPD저널

김 위원장의 발언은 MBC 전체를 모독하고 김 사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었다. 김 사장은 명예훼손 소송 운운했지만 아직까지도 소송했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정치권력은 입맛에 맞는 또 다른 유형의 ‘낙하산 사장’을 투입하는 데 성공했다.

양 방송사 사장들은 자신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인사 조치를 취하고 불공정 보도를 권력의 입맛에 맞도록 요리하기 시작했다. 국민이 모르는 사이에 편파보도, 불공정 보도가 횡행했지만 때로는 참았고 때로는 무시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방송장악은 갈수록 노골화됐고 그 빈도도 잦아졌다. 이제는 스스로도 인내할 수 없는 수치스런 지경으로 전락했다. KBS, MBC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스스로 고백하는 편파방송의 내용을 보면 ‘한 숨이 나올’ 지경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알권리는 심대하게 훼손됐다. 이 대통령 사저 관련 내곡동 사건이나 서울시장 보궐 선거 편파방송 논란 등 의혹은 꼬리를 물었다. 결국 편파방송의 결과, 시청자들은 KBS, MBC 보다 ‘나는 꼼수다’같은 팟캐스트로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등 언론장악에 직·간접적으로 나선 언론계 출신 이 대통령 핵심참모들은 ‘부패와 비리’로 감방행 신세가 됐다. 직접적인 방송장악의 책임자 역할을 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측근의 비리 등을 이유로 물러났다. 대통령 발언의 전문마사지사이자 언론장악의 또 다른 청와대 핵심 참모 이동관 수석도 현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들의 퇴진은 방송사 낙하산 사장의 방어 울타리를 제거한 셈이 됐다.

KBS, MBC 사장이 노조 관계자들에게 해고 등의 칼날을 휘두르며 여전히 한 줌 권력의 마름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구성원들의 반발과 ‘공정보도’의 목소리는 어느 때 보다 높다. 정치권력이 방송장악을 잠시 동안은 할 수 있지만 순리를 거스를 수는 없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공영방송사의 파업은 국민의 불만으로 이어진다. 파업의 책임은 노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방송독립’을 스스로 거부한 ‘낙하산 사장’에게 있다. 정치권력은 막강한 언론권력을 가능하다면 친구나 하수인으로 두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언론자유는 눈물과 피, 투쟁을 요구하는 법이다. 국민은 이들의 힘겨운 투쟁에 따스한 격려로 보내야 한다. 이들은 공익 실현을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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