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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弱肉强食)’이라는 사자성어는 자연의 법칙을 일컫는 말이다. 만물에 이 법칙이 작용되고 있다는 것은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자연에는 이러한 논리에 반하는 방식이 존재하고 있으니, 바로 누구나 알고 있는 공생(共生)이다. 그 대표적인 생물이 많이 알고 있는 ‘목동개미와 진딧물’이다. 진딧물은 식물의 수액을 먹고 당분이 들어있는 액을 항문으로 배출하는데, 이것을 ‘감로’라고 한다.

진딧물의 감로는 개미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되고, 개미들은 진딧물을 이리 저리 몰고 다니면서 먹이 활동을 돕는다. 그리고 진딧물을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겨울에는 이들의 알을 자기들의 집 안에서 보호해주기도 한다. 힘의 균형으로 보자면 한 입 거리 밖에 안 되는 진딧물을 보호해 주면서 개미는 꾸준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가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면서 지구의 가장 많은 곳에서 보편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상호 적절한 공생을 일찌감치 터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방송사들은 봄 개편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상파 중 EBS 봄 개편 프로그램에 많은 변화가 보인다. 특히 외주제작비율이 개편 전보다 5.1%p 오른 33.4%다. 이러한 외주제작비율 상승에 관해 지난 2월 17일자 <미디어오늘>에 공영방송으로서 부적절한 경영을 펴고 있다는 비판의 기사가 실렸다.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외주제작비율을 높인 게 아니냐는 지적인거 같은데, 해당 기사에는 외주제작 방송환경의 실상을 자세히 모른 텍스트의 오류가 다분히 있어 유감이다.

최근 EBS의 행보를 보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EBS는 작년 5월에 독립제작사와의 협력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촬영 원본 사용권을 공유하고 편성 확정 전에 기획안 공모 및 당선작에 대한 제작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협력 제작사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이러한 상생 협력 방안이 코끼리 비스킷이지만, 시사 하는 바는 몇 배의 큰 가치로 본다. ‘상호 윈-윈(WIN-WIN)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이 실패한 외주방송정책의 본 취지와 가치를 되살리는 길이라고 역설했던 나로서는 그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EBS의 진정성에 방점을 찍을 수밖에 없다.
 
외주방송정책 시행 약 20년 동안 외주제작비율은 꾸준히 증가했고, 외주제작이 없다면 방송편성에 적신호가 켜지는 방송환경이 됐다. 이 안에서 방송사는 소위 슈퍼 ‘갑’이 되었으며, 그 상대에는 독립제작사 ‘을’이 있다. ‘갑’과 ‘을’의 불공정한 거래를 굳이 이 지면에서 떠들지 않겠다. 그러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최근에 개국한 종합편성채널이 개국한지 두 달 만에 시청률 저조라는 이유로 일방적인 조기종영을 하면서, 독립제작사와 독립PD들의 울분을 자아내고 있다. 여기에서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갑’으로서의 횡포와 함께 ‘자본’의 횡포가 가세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같은 독립PD에게 넘어야할 산이 네 개나 더 생긴 형상이다. 이것이 과연 과거 한나라당에서 외치던 방송콘텐츠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의 현주소인지 의문스럽다.

▲ 최영기 독립PD

자연에 존재하는 공존의 방식에서 ‘약육강식((弱肉强食) ‘보다는 ’상리공생(相理共生)’이라는 사자성어가 눈앞의 이익에만 안주하는 우리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지상파이든 종편이든 힘이 세다는 소위 슈퍼 ‘갑’에 안주한다면, 훗날 벌레만도 못하다는 지탄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진정성 있게 ‘갑’과 ‘을’이 머리를 맞대길 호소한다. ‘독립제작사협회’가 미동도 하지 않는다면, ‘독립PD협회’가 테이블에 앉겠다. 그리고 먼저 EBS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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