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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언론계에 ‘해고’와 ‘징계’의 광풍이 불고 있다. 공정방송과 사장 퇴진을 쟁취하기 위해 파업 중인 MBC에서는 최초 제작 거부를 주도했던 기자협회 박성호 회장을 해고하고 양동암 영상기자회장을 정직 3개월을 처분한 데 이어 이용마 노조 홍보국장을 해고하고 파업에 동조해 보직을 사퇴한 최일구 전 <뉴스데스크> 앵커, 김세용 전 <뉴스와 인터뷰> 앵커, 김민식 노조 부위원장에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불법 파업을 주도했거나 동조했다는 이유다.

KBS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KBS 사측은 지난 1월 28일 엄경철 전 언론노조 KBS본부 위원장과 이내규 전 부위원장에 정직 6개월을 내린 것을 포함해 무려 13명에게 무더기 징계했다. 2010년 당시 ‘불법 파업’을 했다는 것 등이 징계 사유였지만 13개월이나 지난 뒤에, 전임 노조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부관참시(剖棺斬屍)’같은 징계였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후 언론계에는 수많은 해직, 징계 언론인이 양산돼 왔다. 해직 언론인 1호는 정연주 KBS 사장이다. 그의 해직은 감사원, 검찰, 방송통신위원회 등의 일사 분란한 합동작전의 결과였고 사실상 이 작전을 진두지휘한 것은 청와대였다. 최근 대법원이 확정 판결한 대로 명백한 ‘불법’이었다. 이후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과 이근행 전 MBC 노조위원장이 해고된데 이어 크고 작은 징계를 받은 언론인들이 수백 명에 이른다.

해직되고 징계당한 언론인들의 자리는 이른바 ‘부역 언론인’들로 채워졌다. 정권 창출에 직접 가담했다가 대선 승리 후 주요 언론사의 사장에 임명된 이른바 ‘특보’ 출신 ‘낙하산’ 사장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사장이 된 한국의 공영방송은 점차 공영성을 잃어 갔다. 더 이상 양심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언론인들이 마침내 일어섰다. 그것은 또 다른 부역 언론인이 될 수 없다는 결연한 다짐이기도 하다.

MBC에서 시작된 파업은 KBS, YTN으로 번져 사상 초유의 방송사 동시 파업이 실현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파업의 목표는 공영방송을 ‘정권의 방송에서 국민의 방송’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번 파업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싸움이다. 우리가 가진 것은 ‘양심’이고 저들이 가지지 못한 것은 ‘염치’이다. 또한 부역 언론인에 맞서는 해직 언론인의 대결이다. 장담할 수 없는 승부다. 그러나 반드시 이겨야 한다. 더 이상은 몰염치한 부역(賦役) 언론인과 양심 있는 해직(解職) 언론인들이 양산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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