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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위, BBK 관련 ‘시사IN’ 기자 발언에 MBC 제재…KBS ‘정율성 다큐’ 의견진술 강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BBK 사건 관련 정봉주 전 민주통합당 의원의 대법원 판결에 대해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전한 이숙이 <시사IN> 기자의 발언을 문제 삼아 8일 MBC <생방송 오늘아침>을 제재했다.

방심위는 이날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숙이 <시사IN> 기자가 패널로 출연한 <생방송 오늘아침>에 대해 행정지도성 조치인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의견제시’는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는 법정제재는 아니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민원을 바탕으로 심의 제재를 밀어붙였다는 지적이 방심위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어 향후 파장이 예상된다.

이 기자 발언 중 문제가 된 것은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에는 1년 실형을 선고 받았고 앞으로 10년 간 피선거권이 없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갈 수 없게 됐는데, 그러나 BBK 사건의 경우 워낙 비슷한 혐의로 기소된 분들이 많았는데, 다른 분들은 다 무혐의가 됐다. 그런데 정봉주 전 의원은 유죄 판결을 받아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는 부분이다.

이 발언에 대해 ‘다른 사람은 어떤 내용으로 무죄가 되고, 정봉주 전 의원은 왜 유죄가 됐는지 사실 관계를 알려줄 필요가 있음에도 이숙이 기자가 본질을 흐리고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는 민원이 제기돼 방심위가 심의 제재에 나선 것이다.

야당 측의 장낙인·박경신 위원이 “세상에 이런 심의가 어디 있나. 창피해서 앉아있지를 못하겠다”, “심의를 하기엔 사안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퇴장했지만 박만 위워장을 비롯한 여당 측 위원들은 심의를 강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여당 측 위원들은 이 기자가 단정적 표현을 사용한 게 문제라고 주장했다.

박만 위원장은 “이 기자가 ‘기소된 분들이 많은데 다른 분들은 다 무혐의가 됐다’고 단정적으로 말했다”며 “예를 들어 ‘기소된 분들이 많은데 다른 분들은 다 무혐의가 됐다고들 주장하거든요’라고 말했으면 듣는 입장에서 덜 거북할 수도 있었던 만큼, 그런 표현을 자제해 달라고 (방심위에서) 의견제시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부 부위원장은 “‘기소된 분들이 많은데 다른 분들은 다 무혐의가 됐다’고 밝힌 것은 이 기자의 판단일 뿐”이라며 “다른 분들은 (정 전 의원과 달리) 주가조작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지 않아 무혐의를 받았다. ‘범죄’가 다른 데 같은 것처럼 말한 건 형평성·객관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최찬묵 위원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오해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주의를 위해 ‘의견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측은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 자체가 사실 관계에 문제가 있는 만큼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맞받았다.

장낙인 위원은 “민원인은 이 기자가 대법원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이 기자는 판결에 문제가 있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BBK 판결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했을 뿐으로, 초등학교 3학년이 봐도 문제가 없는 사안에 대해 어떻게 ‘의견제시’를 할 수 있는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이어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민원 때문에 심의를 하는) 이번 심의는 우리 방송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라며 “창피해서 앉아있질 못하겠다”고 밝힌 뒤 퇴장했다.

박경신 위원 또한 “사안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데 어떤 권고를 하겠다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또 “이 기자는 판결에 논란이 있다는 사람들의 주장을 소개하지 않았고, 그저 논란이 있는 상황만을 얘기한 것”이라며 “출연자의 한 마디 한 마디까지, 방송·언론인들의 입을 리모콘으로 통제하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문제제기를 한 후 퇴장했다.

야당 측의 두 명의 위원들이 심의의 불공정성을 제기하며 퇴장했지만 박만 위원장은 심의를 강행, 여당 측 위원들과 함께 ‘의견 제시’를 의결했다.

▲ KBS 1TV ‘정율성’편 ⓒKBS

“‘정율성 다큐’ 아닌 ‘정율성’ 심의”…여당 측, ‘KBS 스페셜-정율성' 제작진 의견진술 강행

MBC <생방송 오늘아침>에 대한 심의 제재에 앞서 여당 측 방심위원들은 지난 1월 15일 KBS 1TV에서 방송된 <KBS 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심의(제작진 의견진술) 역시 일방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7월 KBS 1TV에서 친일파 백선엽씨 관련 다큐멘터리 <전쟁과 군인>를 방송한 직후 진행된 방심위 회의에서 제작진 의견 청취가 필요하다는 야당 측 위원들의 의견을 여당 측 위원들이 묵살했던 것과 비교할 때 모순된 태도다.

더구나 방심위가 <KBS 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심의를 결정하면서도 방송심의규정의 어떤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한 근거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는 지적까지 나와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권혁부 상임위원은 <KBS 스페셜>이 예술 활동을 앞세워 정율성이라는 공산주의자를 미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율성은 6·25 전쟁을 일으켜 민족에 수난을 준 사람들의 일원이었다”며 “북한군 등의 사기 진작을 위해 행진곡 등을 작곡한 사람을 예술이란 이름 하에 미화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KBS는 지난 2005년에도 정율성과 관련한 방송을 두 번이나 했다”며 “KBS가 공산주의자 정율성 관련 방송을 세 차례나 한 동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제작진 의견진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김택곤 상임위원은 “우리의 역할은 정율성이라는 인물이 아닌 정율성을 다룬 프로그램을 심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친일파 백선엽을 다룬 다큐에선 그의 친일 행적을 한 줄로 다뤘음에도 (여당 측 위원들이) 제작진 의견진술 조차 수용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할 때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장낙인 위원도 “<KBS스페셜> ‘정율성’ 편은 정율성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기록하면서 그의 공산당 활동 등을 숨기지 않았다”며 “그의 공산주의 활동을 숨겼다면 몰라도 모든 내용을 숨기지 않고 방송했는데 도대체 방송심의규정의 어떤 조항을 적용해 제작진 의견진술을 끌어내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에 권혁부 부위원장은 방송심의규정 제7조 3항(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고 자유민주주의의 신장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유지하는데 이바지하여야 한다) 위반을 언급했으나 야당 측으로부터 “해당 조항은 방송의 공적책임을 말하는 부분”(박경신 위원)이란 지적을 받았다.

또 사무처로부터 “제작진 의견진술을 듣자는 쪽에선 방송심의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을 말하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지만 야당 측 위원들은 “해당 다큐의 어떤 부분이 객관성을 위반하고 있는지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권혁부 부위원장은 “정율성은 우리 입장에선 적의 개념”, “정율성은 중공군과 함께 통일의 기회를 막은 사람”, “6·25에 참전해 우리에게 적대적인 활동을 했다” 등의 주장을 계속했다.

이에 야당 측 위원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심의해야지 사람을 심의해선 안 된다”(김택곤 상임위원)고 맞받았으나 박만 위원장은 “해당 프로그램이 균형성을 상실했다고 방송심의소위원장(권혁부 부위원장)이 말했고, 9명 위원 중 (여당 측) 6명 위원들이 의견진술을 듣는데 찬성했다. 다음 전체회의에서 의견진술을 들을 것”이라며 심의 강행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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