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한류 띄우기’ 앞장선 공영방송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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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랑스=이지용 통신원

유럽의 한류 분위기는 한국의 방송·언론사들에게도 호재임에는 틀림없다.

한국 언론들은 K팝(K-POP)이 유럽 대륙을 강타했다느니, 한류의 유럽 상륙작전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등 마치 한국 대중문화 폭탄을 실은 거대한 폭격기가 유럽 대륙에 K팝 미사일을 명중시키고 아이돌 그룹이라는 특공대를 유럽의 주요 도시에 상륙시킨 듯한 기사와 프로그램들을 융단폭격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접하는 한국에서는 프랑스의 레코드 판매점에서 K팝 스타들의 앨범이 바게트빵 팔리듯 팔려나가고, 라디오에선 쉴새없이 K팝이 흘러나오는 기분 좋은 상상을 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 지난 2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파리공연에서 소녀시대가 무대에 올라 노래와 춤을 선보이고 있다. ⓒKBS
▲ 지난 2월 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KBS <뮤직뱅크> 파리공연. ⓒKBS
지난달 한국의 대표 공영방송사가 주최해 프랑스에서 열린 K팝 공연은 국내의 내로라하는 아이돌 그룹 8팀이 참가해 프랑스 파리 시내의 초대형 공연장에서 열리는 국내 방송사 주최 최초·최대 공연이라고 홍보됐다. 또한 해당 방송사의 사장과 임원단이 참석, 직접 한류의 전파자를 자청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K팝을 듣고 좋아하는 아이돌 스타들을 보기 위해 1만여 명의 유럽 젊은이들이 일반적인 공연 참가비보다 비싼 금액을 지불하고 모여들었다는 사실은 분명 뉴스가 될 만한 사건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이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K팝 아이돌 그룹의 대표주자인 소녀시대를 비롯해 샤이니, 비스트, 2PM 등 최정상급 아이돌 그룹 여덟 팀이 동원한 관객은 1만명 정도 수준이었다. 또 이틀로 예정했던 공연은 티켓 판매 부진으로 하루 공연으로 축소됐다.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사장까지 나선 행사 치고는 초라한 성과일 수 있지만, 한류의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하니 일단은 믿어주자. 그래도 상업적 파급력이 존재하는 대중문화의 확산과 전파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한류를 통해 문화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정책, 그리고 유럽에서의 한국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현상을 마치 정부 정책의 성과물인 것처럼 대서특필하고 있는 방송·언론이 외면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는 걸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를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접근할 경우, 절대로 보편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K팝과 아이돌 스타, 드라마 등을 휴대폰과 자동차를 만들어내듯 생산하고 한류 판매라인을 통해 마구 판매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도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경고한 바 있다.

▲ 프랑스= 이지용 KBNe / Channel Korea 대표
우리사회의 문화적 공공성과 다양성이 심각하게 후퇴하고, 표현의 자유가 노골적으로 탄압받는 현실은 무시한 채 주무부처의 장관은 신한류 정책 수립을 위해 찜질방에서 정책토론을 하고 있다. 더 이상의 편파방송은 만들 수 없다며 방송·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언론인들이 파업을 벌이고 있는 순간, 공정방송 후퇴의 장본인으로 지적된 공영방송의 사장들은 도쿄에서, 파리에서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고 한다.

 

해놓은 일이라고는 국가 공영방송을 정권 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것밖에 없는 이들이 이제는 한류에 숟가락을 얹고 한류 홍보 방송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다급한 이면이 있는 게 아닐지 씁쓸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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