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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심의위 與측 위원들 주장, 제작진 소재 선택 자율성 ‘무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 여당 측 위원들이 지난 1월 15일 KBS 1TV에서 방송된 <KBS 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해 헌법 가치에 반하는 방송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예상된다.

방심위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심위 회의실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KBS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여당 측 위원들은 정율성이라는 인물이 공산주의자로 중국과 북한의 군가를 다수 작곡했고 6·25 전쟁 당시 중국 측 군사로 남한을 침략했던 인물이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음악가로서의 정율성과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대등하게 다뤘다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최찬묵 위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 측 위원들의 이 같은 주장은 방송 제작진으로 하여금 프로그램 소재를 선택함에 있어 역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인물을 배제하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제작 자율성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인 것이다.

“정율성, 세계적으로 평가받는 음악가 아니다…객관성 결여”

이날 전체회의에 의견진술을 위해 출석한 한창록 <KBS스페셜> CP는 “정율성이라는 인물 자체가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에 반하는 인물이라는 (방심위의) 지적은 인정하지만, 지난해 KBS에서 김정일 다큐 3부작을 방송한 것처럼 부정적 평가를 받는 인물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소재 자체가 안 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율성이라는 인물을 미화함으로써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해선 안 된다는 게 제작진 입장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노력을 했다”고 한 CP는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 측 위원들은 ‘정율성’이라는 인물 자체를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은 것을 문제 삼았다.

여당 측의 최찬묵 위원은 “정율성이란 인물의 음악들이 얼마나 평가받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중국군에 가담해) 대한민국 침략, 파괴에 가담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유린한 것 위에 (음악적 가치를) 둘 순 없다고 생각한다”며 “(음악가로서의 정율성과 공산주의자 정율성을) 대등하게 다뤘다 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라는 우리나라의 헌법적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당 측의 권혁부 부위원장은 “정율성의 음악이 세계의 평가를 받는 음악인가. 그가 중국에서 평가를 받는 건 인민해방군가 등 다수의 군가를 작곡, 군의 사기를 진작시켰기 때문”이라며 “중국 외 세계에서 그의 음악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정율성 다큐)은 객관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KBS 1TV ‘13억 중국을 흔들다. 음악가 정율성’ ⓒKBS

또 “중공군(중국군)의 6·25 참전으로 우리는 통일의 기회를 잃었는데, 정율성도 중공군으로 참전해 우리에게 총부리를 겨눴다. 그런 사실을 한 줄로 표시한 게 균형을 맞춘 것인가. 그런 면에서 (해당 프로그램은) 공정성, 객관성이 부족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CP는 “해당 프로그램은 조선족 출신으로 중국의 3대 현대 음악가라고 평가받는 정율성이라는 인물 전체를 평가하기 위함이지,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익에 도움이 됐는지, 해를 끼쳤는지 등을 평가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때문에 정율성이라는 인물의 (공산주의자로서의) 행적에 대해 객관성을 잃지 않고 정보를 전달하려 노력했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누락하거나 왜곡해 정율성이란 사람을 미화한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정율성 행적 객관적으로 전달…정율성이 국익에 도움됐는지 등을 평가한 프로그램 아니다”

야당 측의 장낙인 위원도 “정율성이란 인물은 단순히 군가를 많이 작곡해 평가를 받는 게 아니라 ‘연안송’과 같은 서정적인 음율의 곡으로 항일투쟁을 고취시키고 중국의 민요를 수집, 현대화한 공로 등이 있기에 그만큼 (중국 내에서) 인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율성이 (중국의 군인으로) 6·25 참전한 게 문제라면 20년 전 한국이 중국과 수교를 한 것도 문제가 되지 않나. 우리나라 통일을 방해한 집단과 수교를 해 헌법적 가치를 반한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정율성이란 인물 자체가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는 여당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마찬가지로 야당 측 위원인 김택곤 상임위원 역시 “방송·언론이 취재, 제작을 할 때 논란이 되는 인물이라고 해서 선택을 망설일 이유가 없다. 역적이든 영웅이든 제한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KBS가 지난해 친일파인 백선엽씨에 대한 다큐(<전쟁과 영웅>)를 제작한 것을 두고 논란이 있었지만 그에 대해 다루는 것도 가치가 있는 일이라면 정율성 다큐 역시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한 시간 가까이 제작진의 의견을 청취했음에도 방심위는 이날 제재 수위를 결정하지 않았다. 해당 안건에 대한 방송심의소위원회의 논의가 진행되지 않은 탓이다.

당초 지난 2월 15일 방심위 방송심의소위는 <KBS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제재 수위를 논의할 예정이었으나 제작진 의견 청취 여부를 놓고 여야 위원들이 맞서며 의견 청취 여부를 전체회의에서 결정키로 했다. 이에 지난 8일 전체회의에서 여당 측 위원은 제작진 의견 청취를 일방 결정했고, 이날 의견 청취가 진행된 것이다.

박만 위원장은 “오늘(22일) 제작진 의견청취를 한 만큼 다시 해당 안건을 방송심의소위로 보내 제재 수위를 논의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BS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제재 수위는 내주 열리는 방송심의소위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박만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방심위의 규칙을 보면 5인 이상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는 다수(3명 이상) 의견일치를 보면 가결을 할 수 있다”고 강조, 야당 측 위원들로부터 “과반(여당 측 위원)으로 의결할 수 있다는 건 과반으로 끝장을 보라는 것과 마찬가지”(김택곤 상임위원)이란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한편, 방심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남녀 출연자들의 지나친 신체접촉을 여과없이 방송한 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데이팅 인더 다크>에 대해 법정제재인 ‘경고’를 의결했으며, 허경영 민주공화당 총재를 출연시켜 사실과 다른 그의 발언을 여과없이 방송한 채널A <박종진의 시사토크 쾌도난마>에 대해 객관성 위반을 이유로 ‘주의’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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