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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특종들이 연일 일파만파다. 특종보도를 하고 있는 매체는 <뉴스타파>, <리셋 KBS뉴스9>, <이슈 털어주는 남자> 등 팟캐스트 방송, 이른바 ‘해적방송’들이다. 언론의 위치가 저널리즘의 자리가 과연 어디에 있는지 되짚어 볼 일이다.

사건은 2010년 6월29일 <PD수첩-이 정부는 왜 나를 사찰했나>편이 방송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PD수첩>은 영화 ‘식코’의 패러디인 ‘쥐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는 이유로 2008년 당시 국무총리실의 조사를 받은 김종익 KB한마음 대표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 후 수사가 진행되던 가운데 새누리당 남경필, 정두언, 정태근 등 여야의원들에 대한 사찰 정황까지 드러났다. 국무총리실과 영포회, 청와대가 엮여 권력투쟁과 몸통 논란이 계속 됐다.

급기야 민간인 사찰 의혹은 현 정부의 권력형 게이트사건으로 규정되면서 파문이 확산될 즈음 검찰은 이인규 씨 등 7명을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윗선’에 대해 전혀 칼을 대지 못한 검찰은 ‘꼬리 자르기’ 수사란 비판을 받았고 관련자들에 대해선 징역 및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당시 실무를 맡았던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주무관이 연이어 녹취록을 공개하면서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다. 장 전 주무관은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대포폰을 주며 증거 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입막음용’으로 금품이 오간 사실과 함께 그 돈의 출처로 청와대를 지목했다. 특히 불법사찰 증거 인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이 잇따라 쏟아지고 있다.

권력의 거짓말은 그 파장을 알 수 없다. 1974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을 탄핵하게 한 ‘워터게이트 사건’은 도청 그 자체보다 도청 문제를 부정하고 은폐하려고 시도했던 ‘거짓말’이 드러난 과정이었다. 만일 당시 닉슨이 도청 의혹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잘못을 인정했다면 미국사상 최초이자 유일하게 임기 중 사퇴한, ‘탄핵 대통령’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0년 6월 민간인 불법사찰 건이 알려진 후 많은 언론이 많은 기사와 보도를 쏟아냈지만 그 본질에 다가가지 못했다. 그럴수록 권력과 검찰은 무소불위였다. 선거와 정치는 오히려 진실을 가로막았다. 일부 언론인은 언로를 차단당해 접근할 수 없었으나 다수는 침묵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은 ‘제4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 기능과 역할이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본색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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