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못 말리는 선거법, 전면개정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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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못 말리는 선거법, 전면개정이 답이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
  • 승인 2012.04.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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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4·11 총선이 한창인데 선거법이 또 말썽이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비롯한 인터넷 사전선거운동 범위에 대한 한정위헌 판결을 내려 인터넷 선거운동은 활기를 되찾게 됐다.

그 결정으로 불법과 허위정보를 담고 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선거일을 제외하고 인터넷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투표 전날까지 특정 후보, 정당에 대한 지지가 가능하고, 투표 당일에도 ‘인증샷’ 등 독려가 가능하다.

때문에 SNS에 민감한 청년층의 투표율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그런 맥락에서 정치 전문가들과 각종 미디어에서는 이번 4.11 총선의 중요 관전 포인트로 SNS를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전향적인 결정으로 SNS에서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확대되었지만 여전히 인터넷 세상에서 선거운동은 제약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운동 기간의 소셜 댓글 실명인증이다.

소셜 댓글이란 SNS 아이디로 게시판에 댓글을 달면 게시자의 SNS와 연동되는 댓글을 지칭한다. 그런데 선거법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별도의 실명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서는 선거운동 기간 중 실명확인이 안되는 SNS 계정으로 후보자에 대한 지지 또는 반대 정보(동영상이나 음성 포함)를 삭제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그리고 각 소셜 댓글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인터넷 언론사 또는 토론방에서 이를 적용할 것을 밝히고 있다.

SNS가 확산되면서 인터넷에서 제한적 본인확인제도(일명 인터넷 실명제)는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오죽했으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는 인터넷 실명제 대상이 아니라고 했을 정도다.

실제 이들 업체들은 외국기업으로 국내법의 적용을 받을 리도 없고, 2년 전 한국의 인터넷 실명제를 거부한 구글 유투브사건으로 망신을 당한 바 있기 때문에 쉽사리 실명제를 적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선관위가 선거법 82조 6항을 근거로 선거기간에는 같은 SNS인데 언론사 댓글로 게시될 때는 실명을 인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소셜 댓글의 실명제를 저항하는 <PD 저널>  <미디어오늘> 등은 아예 소셜 댓글을 닫아 버리기까지 했다.

소셜 댓글만이 문제가 아니다. SNS를 이용해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도 규제 대상이란다. 물론 그 결과를 리트윗한 사람도 처벌 대상이다. SNS에서 재미삼아 하는 인기도 조사가 여론조사와 동급으로 간주되면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SNS의 ‘넷심’이나 친구들 간의 인기투표도 선거법 180조 때문에 안 된다고 한다.

선관위도 각성해야 한다. 선관위는 선거관리를 총괄하는 중립기관의 위상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 선거관리기구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유독 IT강국이라는 한국의 인터넷 생태계에는 따라가지 못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의석수 확대를 두고 여야 간의 논란이 있었던 선거구획정은 능숙하게 조율(?)하면서 SNS 선거운동은 웹 2.0과 소셜 미디어에 대한 이해 없이 규제하고 있다. 선관위는 지난번 헌재의 한정위헌이 결정된 93조 1항의 위헌논란에서도 국회에 법 개정을 요구했다고 강변하며, 헌법기관으로서 어쩔 수 없이 현행법을 준수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한 바 있다. 물론 그 논리는 당연하지만 옹색한 느낌도 있다.

그리고 이런 사태를 만든 것은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당리당략에 따라 구시대적인 선거법을 덕지덕지 수정만 하는 상황은 새로운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과거 입법취지인 ‘돈은 묶고 입은 푼다’라는 선거법의 기본정신도 지키지 못하고 법이 법을 만들고, 논리가 논리를 만드는 상황은 끝내야 한다.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학술연구교수

이제 구시대의 대표적인 규제 법률인 선거법을 개정, 아니라 전면적으로 제정해야 한다. 시대는 급격히 소셜화, 스마트화하고 있다. 첨단 미디어가 계속 등장하고 있는 판국에 여전히 구시대적인 규제 선거법만 바라봐서는 안 될 것이다.

소셜환경과 스마트시대에 부합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가 끝난 이후 정치권과 선관위, 시민단체, 학계, 언론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선거법의 전면개정을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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