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정율성 다큐’ 공정성 위반 여부 전문가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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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징계 전망 뒤엎고 외부 자문 결정…박만 “정율성 다큐, 실정법 위반은 아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지난 1월 15일 KBS 1TV에서 방송된 <KBS스페셜> ‘정율성’ 편에 대한 제재 수위 결정에 앞서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별도의 전문가 자문을 받기로 5일 전체회의에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월 15일부터 현재까지 무려 네 차례나 방송심의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오가며 해당 프로그램의 심의를 진행했음에도 제재 수위에 대한 합의는커녕, 심의 자체의 적절성을 두고 방심위원들 간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 계속되자 박만 위원장이 고심 끝에 내놓은 제안으로, 여야 위원들은 논의 끝에 이를 수용키로 결정했다.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제안은 원만한 회의 진행을 위해 운영의 묘를 살렸다는 점에서 일부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하지만 민감한 사안과 관련한 심의의 판단을 사실상 외부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는 점에서 방심위원들의 전문성 부족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또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시사 프로그램 등에 대한 공정성 심의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외부 전문가들이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이냐 여부를 떠나 특정 인물을 소재로 한 방송을 문제 삼는 것인 만큼, 방송 제작의 독립성·자율성 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피해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 이하 방심위)가 지난 1월 15일 KBS 1TV에서 방송된 ‘정율성’ 편에 대한 제재 수위 결정에 앞서 해당 프로그램의 방송심의규정 위반 여부에 대해 별도의 전문가 자문을 받기로 5일 전체회의에서 결정했다. 사진은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장.

‘중징계’ 전망 뒤엎고 ‘외부 자문’ 이례적 제안 ‘눈길’

방심위는 당초 이날 회의에서 ‘정율성’ 편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지난 3월 28일 열린 방송심의소위 당시 위원들의 의견은 ‘주의’(권혁부) ‘주의 또는 권고’(엄광석·박성희), ‘문제없음’(김택곤·장낙인)으로 나뉘었고, 지난 4일에 다시 ‘주의’(권혁부·엄광석·박성희)와 ‘문제없음’(김택곤·장낙인)으로 정리됐다. 법정제재인 ‘주의’를 주장한 위원들이 모두 여당 추천이었고 방심위 위원 구성 비율이 여야 6대 3 구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날 회의에선 중징계가 결정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다수였다.

그러나 박만 위원장은 회의 시작과 동시에 “방송심의소위에서 (위원들 간) 의견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고, 해당 프로그램이 우리 근·현대사에서 가장 아픈 부분인 친일과 항일, 반공과 친공에 대한 문제를 건드리고 있다”며 심의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박 위원장은 공산주의자인 ‘정율성’이란 인물 자체를 방송 프로그램의 소재로 삼는 일 자체를 문제 삼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위원장인 저의 판단으로는 이 프로그램에서 실정법 위반을 발견하긴 어렵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제9조), 객관성(제14조) 조항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별개라는 점도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실정법 위반이 아니라면 남는 문제는 방송의 공정성·객관성 위반 여부”라며 “이 문제에 대해 우리가 여기서(전체회의에서) 결론 낼 게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객관성 문제에 전문적 식견을 가진 방송학회에 의견을 물은 뒤 신중히 생각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간 ‘정율성편’에 대한 심의 자체를 반대해 온 야당 측 위원들은 “방송학회라는 특정 학회만이 아닌 방송학회를 포함한 방송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김택곤·장낙인)는 의견을 덧붙이며 박 위원장의 제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여당 측의 엄광석 위원은 “(중공군으로 6·25에 참전해) 국가를 위태롭게 한 인물에 대해 KBS는 그간 세 차례에 걸쳐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제작진 의견을 청취했음에도 (해당 인물에 대한) 방송을 한 의도를 명쾌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국민적 관심사도 아닌 인물에 대해 세 번이나 방송을 한 건 균형성을 잃은 것으로, 그런 차원에서 결론을 내려 법정제재 또는 행정제재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여당 측의 구종상 위원도 “그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금) 또 다른 단체의 의견을 청취하면 이후 그들의 의견을 무조건 수용해 따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참고를 하고 전체회의에서 (우리가) 결론을 내는 것인지 등에 대한 원론적 합의를 먼저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박 위원장은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전문가 의견이 온 뒤 이를 참고로 해 전체회의에서 다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거듭 위원들을 설득, 위원들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방심위는 방송학회 등 방송·언론 전문가들에게 ‘정율성’ 편이 방송심의규정의 공정성·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여부에 대한 의견을 들은 뒤 전체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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