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TV토론, 이대로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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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TV토론, 이대로 안된다
  •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승인 2012.04.10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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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룡 인제대 교수

미디어 선거의 핵, TV토론이 외면 받고 있다. 단일화 등의 과정 때문에 후보 결정 시기가 늦어지면서 언론의 후보 검증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보자의 자질과 적격성 등을 알 수 있는 TV토론이 무시당하거나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중앙과 지역을 가릴 것 없이 후보들의 토론 기피 현상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굳이 TV토론을 나가지 않더라도 당선이 확실시 되는 후보와 지역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혹시 TV토론 나가서 표를 깎아먹거나 실수로 구설에 오르게 되면, 득(得)보다 실(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현실적 계산 때문이다.

심지어 TV토론에 나가지 않기 위해 이미 합의된 토론 방식과 내용까지 바꾸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경남 창원시의 한 새누리당 후보는 자신은 ‘로봇’에 불과하다는 ‘로봇발언’으로 전국적 유명세를 탔지만 정작 토론에는 참석하지도 않았다. 그는 ‘4대강 질문’ ‘비정규직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고 상호토론 시간도 줄여달라는 식으로 요구하다 결국 TV토론에는 오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소통의 달인’이 되겠다고 공허한 큰소리를 쳤다.

일부에서는 TV토론 중에 나가버리거나 중간에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경남 양산시에 출마한 한 새누리당 후보는 생방송 TV토론에 20여분 늦게 왔다. ‘자신이 늦게 왔는데 시작했다’고 오히려 제작진에 눈을 부라렸다고 한다. 본인은 ‘몰랐다’고 말했지만 이미 여러 차례 생방송 고지가 나갔고 타 지역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방송을 진행해왔기 때문에 ‘몰랐다’는 식의 대응은 진정성이 떨어진다.

이 후보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토론회 전날 밤 늦게 입장을 바꿔 출연을 결정해서 이미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생방송 도중에 들어와서 토론회에 합류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또 생방송 중에 준비가 안됐다는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자리를 멋대로 떠나버린 경기도 안산시의 새누리당 후보도 있었다. 뒤늦게 돌아와서도 상대 후보의 질문에 답변조차 못할 정도로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가 출마했다는 자체가 황당했다. 언론은 이런 후보에 대한 검증보다는 ‘미녀 후보’라는 식으로 알맹이 없는 홍보수준의 보도를 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의무화 시킨 TV토론의 경우, 최소한의 횟수만 규정해 둔 정도다. 이것조차 출연하지 않아도 최악의 경우 벌금 400만원만 내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언론사에서 주관하는 TV토론을 모두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유력 후보자들은 최소한 3차례 이상 TV토론에 출연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또한 벌금 액수도 누가 왜 400만원으로 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국회의원직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특히 지역적 투표성향이 강한 대구, 부산, 광주, 경상남·북도, 전라남·북도 등 공천이 곧 당선으로 등식화 되는 곳에서 TV토론은 하나의 거추장스런 것으로 평가절하되는 경향이 강하다.

미디어 선거는 고비용저효율의 구태의연한 정치문화를 바꾸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1995년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한 선진 선거 방식이다. 출연 횟수자체를 가지고 논란을 하는 단계는 넘어서야 한다. 그 다음 단계가 현재처럼 지나치게 형식적 틀에 벗어나 보다 현안을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상호토론 횟수를 늘여야 한다는 점이다.

▲ 김창룡 인제대 교수
또한 선거법에 저촉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 구체적 데이터와 자료 등을 통해 치열한 논쟁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TV토론에서 그냥 ‘점잔만 빼고 자기주장만 하는 식’으로 일방적 유세로 흐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선거이후가 더 중요하다. ‘돈은 묶고 입은 연다’는 TV토론을 통해 미디어 선거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를 계기로 지방자치단체 선거, 대통령 선거 등에서 ‘TV토론’을 통한 명실상부한 후보 검증 시스템을 제도화, 선진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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