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운로드 무서워 음원종량제 못한다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주환 PD의 음악다방]

최근에 ‘음원종량제’가 실시될 수도 있다는 기사를 접해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갖는 이슈는 아니지만, 적어도 음악을 만들거나, 유통하거나 혹은 자신이 인터넷상에서 돈을 지불하고 노래를 다운로드 받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갖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음반 제작자로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서, 노래를 만드는 음악 저작권자로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입니다.

하지만 ‘음원종량제’와 관련한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대개 ‘음원 1곡당 600원?’, ‘높아지는 음원가격, 최대 10배까지도…’등의 제목으로 되어 있어서 음악을 사랑하고 소비하는 리스너들에게는 ‘음원종량제’라는 것이 부정적으로만 비추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글에서 만큼은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드리고자 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온라인 음악 사이트에는 ‘정액제’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한 달에 9000원을 내면 150곡을 다운로드 받을 수가 있습니다. 곡당 가격이 60원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해외의 경우를 살펴보면 미국은 곡당 가격이 평균 99센트이고, 일본은 200엔 입니다. 그런데 이 60원이라는 돈은 음악을 만들거나 노래를 부른 사람한테 100% 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문제제기를 하고 싶은 첫 번째는 바로 음원의 정액제 또는 종량제를 따지기 전에 근본적으로 음악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플랫폼 사업자들이 음원 유통의 대가로 너무 많은 수익을 가져간다는 점입니다.

저작인접권을 가지고 있는 음반 제작자들은 총 음원수익의 40% 중 20% 정도를 수수료로 유통대행사에 지불하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그 외의 홍보활동을 전혀 안한다고 해도, 온라인상에서 작은 이벤트라도 해서 홍보를 할 경우 이벤트에 필요한 경품구입이나 비용은 100% 본인 부담이지요. 음원 수익이 제작자 혹은 가수들에게 제대로 회수가 돼야 다음 음반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질 수가 있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인 것입니다.

해외의 음원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이튠즈가 30%의 수수료만 가져가고 나머지 수익은 모두 다 음악의 제작자 내지는 저작권자에게 돌려준다는 점은 비교해 볼만 합니다.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봤을 때, 곡당 가격을 미국이나 일본에 맞추자는 주장이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들이 가져가는 수익구조만 조정해도 음악을 만들거나 한다는 사람들은 훨씬 더 좋은 조건에서 음악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음원종량제’에 대한 이야기를 풀자면, 기존의 정액제와 다르게 정확히 소비자가 구매한 음원상품에 대해서 수익배분을 하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정액제가 대부분인 온라인 음악시장에서는 자신의 곡이 몇 곡이 팔렸는가보다는 전체 음원시장에서 자신의 노래가 몇 위를 하고 있는지가 수익배분 구조에 있어서 핵심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풀이하자면 이런 것이죠. 나는 PD블루 노래가 좋아서 구입했는데, PD블루 노래는 마니아층에게만 인기가 있지 음원차트 순위에 들지 못한다면, PD블루를 구입하는데 들어간 비용조차도 음원사이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노래에 몰아줘야 하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이다 보니 만일 제가 돈이 많아 제 돈 주고라도 제 노래를 많이 구입해서 순위를 올려서 음원배분 점유율을 높인다면, 음원수익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이주환 PD·PD블루
종합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국내 음원시장은 궁극적으로는 정액제를 폐지하고 종량제로 가야 방송에서 잘 나가는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음악만 잘 만들 수 있다면 먹고 살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이며, 종량제로 가기에 앞서 음원수익의 배분구조부터 재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음원종량제가 되면 불법 다운로드가 성행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는데, 적어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이고 인터넷 강국이라면 문화 콘텐츠는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과 함께 문화에 대한 소비형태도 우리가 식당에서 밥을 사 먹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변화가 돼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