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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오후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언론노조 주최로 ‘불법사찰 언론장악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주최 측과 보도기자 몇 명만이 참석하는 보통의 기자회견과는 달리 파업 중인 지상파 KBS, MBC를 비롯해 연합뉴스, 국민일보의 언론인 등 500여명이 행사 장소를 꽉 채웠다. 회견과 집회는 방송 언론 개혁을 향한 언론노동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여당 새누리당이 4· 11일 총선에서 국회의석 과반수를 차지한 뒤 여의도를 짓눌렀던 무거운 그림자를 한 번에 날려버리는 함성과 구호가 이어졌다.

불과 며칠 전만해도 파업 중인 방송사의 사장과 간부들은 기쁨의 웃음을 애써 숨기며 노동자들의 복귀를 종용했다. 방송을 장악한 집권세력이 다시 의회 다수를 차지했으니 파업 동력이 떨어질 거라는 단세포적인 생각에서 나온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하지만 꼿꼿하게 선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의지는 단 1도도 꺾이지 않았다. ‘우리 파업의 원천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라는 한 노조위원장의 말처럼, 어떤 특정 정치세력에 기대지 않고 국민의 뜻과 언론인의 양심에 따라 시작한 총파업은 그 정당성과 목적의 타당성에 한 치의 흠도 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 번 선거는 방송과 언론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 지를 확증하는 증거물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새누리당이 MB정권이 장악한 지상파 방송사의 총선 편파 방송 덕을 톡톡히 봤음은 초등학생도 알 정도다. 민간인 사찰 건만 봐도 사건의 실체 규명보다는 청와대의 물타기 전술을 대변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청년층의 투표 독려를 자극한다는 우려에 선거 당일 투표 관련 방송을 늦춘 꼼수는 한국 방송사의 치욕으로 두고두고 입에 오를 것이다. 대통령 언론특보가 사장으로 앉아있는 방송사 뉴스에서 일말의 공정성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했다.

정권이 장악한 방송의 편파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지금, 각 방송사 노조는 공정 방송을 염원하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언론노조를 중심으로 파업 주체들이 강고한 연대를 구축해서, 대선을 앞두고 편파성을 고착시키려는 정권과 맞서 싸워 나가야한다.

선거를 통해 야권의 힘은 커졌고 정치 지형도 훨씬 유리해 졌다. 여권이 비록 힘겹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긴 했지만, 지난 국회와는 달리 야권도 대등한 의석수로 방송언론의 공정성 확보 방안을 마련할 힘을 확보했다. 이제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여야 정치권을 압박해야한다. 방송인의 힘으로 ‘MB정부 언론장악 실체 규명 국정조사’를 실현시켜 방송의 독립성, 공정성을 확보하자. 방송개혁 싸움, 이제 본 게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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