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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툴루즈에서 지난 3월 11일부터 19일까지 발생한 테러사건으로 유대인 4명 등 7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검거 과정에서 사망한 테러범 모하메드 메라는 자신의 행위를 이스라엘에 의해 죽어간 팔레스타인 아이들의 복수로 정당화하려 했다.

이 사건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에 반(反)인종주의의 위험성을 재인식시켜 주었다. 2차 세계대전에서 600만의 유대인 학살, 최소 20만의 집시 학살이라는 참상을 경험한 국제사회는 전후 반인종주의를 문명사회의 금기로 여기며 경계해 왔다.

하지만 2차 대전이 끝난 지도 60여 년이 지났다. 지금 각국 시민들은 오히려 불법 체류자, 외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에 떨고 있다. 물론 지식인과 미디어는 외국인 혐오증, 제노포비아(Xenophobia: 외국인 혐오증)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이번 툴루즈 사건이나 지난해 7월 노르웨이 테러 등은 인종주의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사용된다. 조선족 전체를, 동남아인들 전체를 범죄자 취급하지 말자, 이들의 인구수 대비 범죄율은 내국인보다 낮다 등의 논리가 제노포비아를 막기 위해 동원된다. 물론 모두 옳은 말이다.

그러나 단순히 관용정신, 이해심 등을 높인다고 외국인 혐오증을 방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의 도덕수준이 낮아서 외국인을 혐오하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제노포비아의 발생 원인에 대한 실마리는 다시, 2차 대전에 있다.  

▲ 4월 14일 <경향신문> 8면

독일 출신 유대인이었던 한나 아렌트는 문제의 본질을 유대인이 아니라 게르만 민족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서 찾는다. 1차 대전에서의 패배로 독일 영토가 축소되고 과거 독일 영토에 살던 게르만인들은 폴란드 등 다른 나라로 편입되었다. 하루아침에 다른 나라 국민이 된 게르만인들은 국제규범이나 국제법이 자신들의 안위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판단, 민족이란 단위로 집결해 스스로를 보호하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유대인이 지목되면서 학살이 시작된 것이다. 

좀 더 가까운 참고 사례는 유고 내전이다. 유고 내전 역시 인종 간 갈등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지만, 인종 간 반목은 최근에 부각된 현상이다. 런던 정경대(LSE)의 메리 캘더 교수는 인종 갈등은 구 유고 연방의 권력층들이 자신의 힘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라고 주장한다. 1980년대부터 이들 권력자들이 비밀리에 군대와 민병대를 동원해 다른 종족을 죽이면서, 서로 위협을 느낀 종족 간의 갈등이 전면화 되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종주의는 타민족에 대한 감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신체적 위협에 대한 일종의 정치적 대응방식이다. 공식적인 국가기관, 법질서 등이 자국민 보호를 등한시할 때, 사람들은 스스로의 안위를 지키기 위해 민족주의에 기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제노포비아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 프랑스= 표광민 통신원/프랑스 고등교육원(EPHE) 제 5분과 정치철학 석사
신고 전화를 받고도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경찰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경찰이 일반 시민들을 지켜주지 않는다는 것을 목격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은 안전을 위해 위험요소인 외국인들, 조선족들을 배격하자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민들의 도덕성에 호소하는 것으로 제노포비아를 막을 수는 없다. 경찰이 일반 시민들의 안전 확보에 노력할 때만이 외국인 혐오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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