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 야만의 시대, 해고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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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야만의 시대, 해고를 중단하라
  • PD저널
  • 승인 2012.04.25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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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 20일 인사위원회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새노조) 소속 최경영 기자의 해임을 결정했다. KBS가 파업에 돌입한지 46일째만의 일이다. 애초 50여명의 조합원이 인사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었으나 최경영 기자를 먼저 신속하게 처리했다.    

이로써 이명박 정부 이후 언론인 해직자가 15명에 이르게 되었다. 더욱 문제는 이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다. MBC는 지금까지 모두 31명에 대해 징계를 내렸고 KBS도 추가 징계 절차에 들어갔다고 한다. 우리는 과연 KBS가 장기파업 사태를 해결하고 싶은 의지가 있는지를 묻고 싶다.

MBC가 두 달 사이에 3명을 해고하면서 갈등이 심화되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이 같은 결정은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들 뿐이다. KBS에서도 24일 KBS 팀장 22명이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가하기로 했다고 한다. 공정방송과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파업에 돌입한 언론인들이 해고 처분으로 위축될 가능성은 애초에 없었을 것이다.

또한 최경영 기자의 해고 사유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공영방송인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부도덕하고 상습적인 욕설, 비방을 해왔다는 것이다. 도대체 언제부터 욕설이나 비방이 다른 징계도 아니고 해고의 사유가 되었는지 모를 일이다. 지난 1980년, 언론 사주들은 비판적 언론인을 무더기로 해고했다. 당시 보안사가 언론계의 저항세력을 30%로 규정하고 언론인 명단을 작성해 이들의 해직을 언론사에 강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직된 언론인이 1000명이 넘었고 64개의 언론사는 18개로 줄어들었다.

모두 전두환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K(King) 공작의 하나였다. 당시 기자들을 해고시켰던 표면적인 이유는 부조리나 무능력하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해직 언론인들은 그 후에도 부조리나 무능력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벗기 위해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3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은 또다시 우리들에게 '욕설 언론인'의 오명을 뒤집어씌우려 하고 있다. 언론인이 대량으로 해고되는 야만의 시대. 역사가 이 시대를 어떻게 기록할지 고민하는 언론인들은 앞으로 점점 늘어갈 것이다.

지금 파업 사태를 맞고 있는 언론사 사장들에게 이 점만은 당부하고 싶다. 파업 사태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해고는 중단해야 한다. 해고는 파업의 해결 방법도 아닐 뿐더러 언론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또 다른 범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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